미래 일거리, 먹거리를 만드는 것은 과거부터 그 일을 해왔던 기업이 아니라, 전에는 특별히 연관이 없던 기업이 더 잘하는 것 같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구글은 자동운행자동차, 애플은 원격의료, 아마존은 물류에서 혁신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회자되는 핀테크 분야만 하더라도 기존 은행이나 카드회사가 아니라 작은 스타트업과 애플, 알리바바가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혁신적인 창조 비즈니스가 잘 안 보이는 걸까.
기술개발이 부족해서 그런가? 창조경제에서는 혁신을 만드는 데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기술을 외부에서 가져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내외부에서 여러 기술과 기능을 가져와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복잡한 공급망으로 연결된 전 세계 기업 간 수많은 거래가 효과적이고 걸림 없이 이뤄지도록 만든다.
이런 혁신이 창조되려면 첫째 기존의 것이 파괴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혁신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창조된다. 모든 혁신에는 기존 이해관계를 바꾸고 기득권을 위협하므로, 저항이 있게 마련이고 때로는 실패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를 한두 기업 수준에서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창조적 파괴 환경을 만드는 데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둘째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신뢰기반이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 부와 생산성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그 신뢰는 관념적이 아니라 실질적이어야 한다, 그저 착한 마음만으로 신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속이지 못하고, 속이면 엄청난 처벌과 손해를 받게 하는 것, 신뢰를 받으면 보상이 있다는 것이 비즈니스 수행과정에서 확실히 지켜질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 그래서 비대면 거래가 빛의 속도로 일어나는 디지털경제에서 이 신뢰기반은 더욱 중요하다.
작년 IPO를 통해 세계적으로 부상한 알리바바는 단순히 이베이나 아마존 전자상거래 사업을 베낀 유통업체가 아니다, 이 회사 진면목은 중국을 잘 모르던 세계 구매자가 중국기업(특히 중소제조)과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프로세스 기반을 만든 것이다(B2B:알리바바닷컴, B2C:Tmall.com) .그리고 물건을 살 때 직접 가게에 가서 살 물건을 눈으로 확인하고 현금으로 구매하던 중국인에게 첨단 비대면 전자상거래 방식을 수용하게 만들었다(C2C:타오바오, 공동구매:지우후아수안). 즉, 유통경험도 없던 신생기업이 시장경제와 인터넷환경이 미비했던 중국에서 담대하게 인터넷 기반으로 ‘어디에서나 사업을 쉽게 하도록 만드는(to make it easy to do business everywhere:알리바바 기업미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제안했고, 이 프로세스가 잘 작동하도록 기업신용정보,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컴퓨팅,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물류 서비스를 통해 뒷받침했다. 이렇게 알리바바는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혁신을 통해 성공적 비즈니스를 창출했다. 물론 정부 지원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한 성공요인이었다. 지금은 핀테크 선두주자로 또 유통, 물류, 금융을 넘어 엔터테인먼트콘텐트로 그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는 우리는 어떤가. 혹시 알리바바 같은 혁신기업이 국내산업 기존 시장경쟁 틀을 흔들까봐 창조적 방어책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금융, 의료, 물류 산업부터라도 과거 아날로그 시대 산업규제와 장벽을 파괴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 시도를 허용하고, 이를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또 금융, 의료서비스 경험이 없는 작은 기업이라도 혁신 비즈니스를 시도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변화의 고통도, 실패의 위험도 각오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도 하고, 미래 일거리와 먹거리도 창조할 수 있다.
김우봉 건국대 경영대 교수 wbkim@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