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유·주유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 3대 정부 대책

[이슈분석]정유·주유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 3대 정부 대책

이명박(MB)정부 시절인 2011년. 정부는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알뜰주유소 확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혼합판매 등 3대 유가대책을 내놓았지만 4년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석유수입부과금 연장 이슈도 전자상거래 지원 대책 중 하나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앞세워 국민 유가 부담을 줄이고,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했지만 정유·주유소업계는 제도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책임회피성 유지에만 급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유·주유업계는 3대 유가대책이 사실상 명분과 제도적 실익을 모두 잃은 것으로 평가했다. 시설개선 비용 지원과 소득세·법인세·지방세 할인 등 혜택을 부여한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출범 이후 전국 1150여개소로 늘었다. 전체 주유소 10곳중 하나(약 9%)에 달한다.

시장경쟁 활성화 명분으로 알뜰주유소 개소당 3000만원가량 국가 보조로 3년간 200억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리터당 100원에 훨씬 미치지 못 미치는 30원 가량 싼 가격으론 차별화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정부 지원혜택은 국민에게 돌아온 것이 아니라 알뜰주유소 사업자 등 민간 석유유통업자 주머니로 들어갔다.

무엇보다 공기업의 민간시장 진입에 따른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공정한 자유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을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을 해치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시장가격 낮추기라는 도입 취지로 석유공사는 적정이윤을 가격에 산정하지 않고 실제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해 시장교란을 유발했다. 공기업이 국민 세금을 운용해 사업을 지원하고도 제로 또는 제로에 가까운 수익을 산정해야만 사업이 유지되는 불합리를 낳았다. 그만큼 현재 석유시장은 충분한 경쟁을 통해 불합리하지 않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음을 입증하는데 그쳤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는 시장보다 지나치게 낮은 이윤을 취하는 것은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를 통한 시장 개입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촉진 정책은 전자상거래용 수입 석유제품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석유 수출국인 우리나라에 불필요한 외국산 석유제품 수입 급증을 야기했다. 세제혜택에 따른 연간 300억원 규모 세수 감소와 석유제품 수입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만 초래했다. 업계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시장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정유사별로 전자상거래 석유공급 의무량을 지운 것에서부터 이 제도의 필요성과 자생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지난 2012년 9월 공식 도입된 석유제품 혼합판매 제도 역시 현재까지 혼합판매 계약 체결 주유소가 한 곳도 나오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실패했다. 혼합판매는 소비자 알권리와 이를 통한 제품 선택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정유사 등 기업의 제품 성능 향상, 서비스 개선 노력을 저해한다. 기름을 섞어 팔 수 있도록 한다면 정유사가 브랜드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품질 문제 발생 시 피해 보상 등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지적도 덧붙여졌다. 품질관리 주체가 불명확해 유통단계 품질 문제가 주유소와 공적 영역으로 옮겨져야 하는 상황이다. 공적 관리 확대 시 불필요한 정부 재정 지출은 불가피해진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음성적으로 기름을 섞어 파는 비정상적 주유소 때문에 성실하게 영업하는 주유소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혼합판매 허용으로 이를 더 조장하고 나선 격”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