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vs 反SKT 갈등 확산...결합상품 논리전 치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방송 결합상품 판매 둘러싼 쟁점

통신·방송 결합상품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KT·LG유플러스·유료방송 등 반(反) SK텔레콤(SKT) 연대는 ‘결합상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SKT는 오히려 결합상품을 장려해야 한다고 맞선다. 정부가 이달 중 결합상품 관련 일부 규제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한동안 극심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 3사가 주도한 결합상품 세미나가 지난 11일과 12일 연속 개최됐다.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주최한 11일 세미나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유리한 결합상품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쏟아졌다. 반면에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가 주최한 12일 세미나에서는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결합상품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반SKT 진영 “SKT가 경쟁 가로막고 소비자 편익 침해”

반SKT 진영 주장은 ‘SKT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공정경쟁질서를 해치고 소비자 편익을 침해했다’로 요약된다. 가장 큰 비판은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힘이 너무 커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된다.

박추환 영남대 교수에 따르면 2013년 이동통신시장 시장집중도(HHI)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3919점을 기록해 일본(3751점), 미국(2924점), 독일(2827점), 영국(2818점)을 제치고 OECD 국가 수위를 기록했다. 1위 사업자 점유율 역시 50%로 32~43% 수준인 해외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SK텔레콤은 매출액 기준 2013년 국내 시장점유율 52.4%,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영업이익 점유율 81%를 기록했다.

박 교수는 SK텔레콤 시장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유선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4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 재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2월 약 213만명 누적가입자를 확보해 시장점유율이 11%에 달했다. 같은 기간 KT는 점유율이 0.1% 줄었고 LG유플러스는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선방송사업자 가입자는 1.7%나 감소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결합상품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소비자 전환비용’ 개념으로 설명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경쟁사업자가 유사한 결합상품을 내놓더라도 경쟁사업자 가입자 확보비용이 2배 많다는 것이다. 이홍재 아주대 교수에 따르면 ‘이동전화 3회선+인터넷 1회선’ 제공을 위해 필요한 추가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이 1.5명인 반면에 KT는 2.1명, LG유플러스는 2.4명으로 추산됐다. 이미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은 타사에서 조금만 데려와도 되지만,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훨씬 많은 가입자를 타사에서 데려와야 동일한 결합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반SKT 진영은 SKT가 빠르게 결합상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이동통신 상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유선결합상품만 공짜에 가까운 이른바 ‘약탈가격’을 책정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판매한 이후 종합유선방송사업자 1인당평균수익(ARPU)이 급감하는 등 공정경쟁질서를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CJ헬로비전 ARPU는 2010년 1만6350원에서 지난해 1만1940원으로 27% 하락했고 티브로드 역시 2009년 1만9750원에서 2013년 1만1796원으로 무려 40% 떨어졌다.

초고속인터넷 누적가입자 및 시장점유율 추이(미래창조과학부)
초고속인터넷 누적가입자 및 시장점유율 추이(미래창조과학부)

◇SKT “소비자 편익 증대 위해 결합상품 더욱 장려해야”

SKT 측은 “시장지배력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결합상품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대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무엇보다 결합상품의 소비자편익을 강조한다. 2013년 기준 이동통신 3사가 1회선당 약 8000원 결합할인을 제공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연간 1조3800억원의 소비자혜택이 있다고 SK텔레콤은 추산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이 유선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좀 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상승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결합판매가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완화된 시장지배사업자 지정 기준이 사용돼야 한다”며 “50%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준으로 잡아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합상품을 염두에 둔 경쟁상황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합상품 판매 이후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봐야 한다’는 반론을 폈다. SK텔레콤 결합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탈퇴하고 SK텔레콤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SK텔레콤 가입자 증가 대부분은 SK브로드밴드 고객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묶은 SK군(群)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은 2009년 23.5%에서 올해 2월 25.3%로 불과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은 23.5%에서 14.2%로 9.3%나 하락했다.

소비자 전환비용이 불공정경쟁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SKT 측은 반론을 제시했다. 김성환 교수는 결합상품이 오히려 시장 이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3명이 결합한 상품을 예로 들면, 3명을 한꺼번에 유치하는 비용이 높긴 하지만 1명씩 각자 유치할 때보다는 훨씬 저렴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합상품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이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엄밀한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경쟁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김성환 교수는 결합상품 시장에서 KT와 LG유플러스 점유율이 시장에서 밀려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어느 사업자가 배제될 위험이 없고 오히려 시장구조가 점진적으로 경쟁적으로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은 KT가 42.4%로 가장 많고 SK브로드밴드가 14.7%, LG유플러스가 15.8%, 방송·별정사업자 17.1%, SK텔레콤이 10%를 기록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수익률 하락에 대해서도 2013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MSO 평균 15.2%, 독립 SO 8.1%로 사업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표. 통신·방송 결합상품 판매 둘러싼 쟁점>


표. 통신·방송 결합상품 판매 둘러싼 쟁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