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 "정부가 매년 SW인력 2만명 병역특례로 채용하라"

“벤처 창업에 병역특례를 줄 것이 아니라 매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2만명을 정부가 채용하는 방식으로 병역 혜택을 줘야 합니다. 5년이면 10만명 소프트웨어 인력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
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

백일승 더하기북스 대표는 13일 ‘소프트웨어(SW) 개발자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창업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부 고민은 이해하지만 벤처 창업에 병역 특례를 주는 방식은 부작용이 많다고 우려했다. 대안으로 SW인력 병역특례를 제시했다.

백 대표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프리스타일’ ‘룰더스카이’ 등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양쪽에서 히트작을 만들었다.

2012년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출판사를 차려 작년과 올해 ‘바보야, 이제는 이공계야’ ‘소프트웨어 전쟁’ 등 두 권의 책을 냈다.

◇‘소프트웨어 전쟁’에 국운 걸어야

백 대표는 두 권의 책에서 현업에서 맞닥뜨린 고민을 생생하게 담았다. ‘SW 개발자 10만 양병’이라는 도발적인 제안으로 이야기를 꺼낸 그는 현재 국가 간 정보통신(ICT) 경쟁 상황을 ‘전쟁’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정부가 ICT 산업은 전쟁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SW는 제로섬 게임으로 중국과 미국 산업 경쟁력에 밀리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력으로 SW 개발 인력을 국가적으로 키우자는 주장이다. 백 대표는 “한국 사회에서 코딩 업종이 3D로 전락했다”며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기업과 게임업계에서도 개발자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구글, 애플, 바이두, 텐센트, 샤오미 등 SW 개발력으로 무장한 미국과 중국의 ICT 기업이 결국 세계 시장을 양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가 이 싸움에서 일정부분 파이를 차지해 ‘천하삼분지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일본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SW 전력을 키우는 동시에 대기업 등 취업 일선에서 프로그래밍 능력을 영어처럼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고취 분위기를 일종의 ‘캠페인화’하자는 이야기다.

삼성, LG, 포스텍 등 청년층 취업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이 영어처럼 코딩 능력을 기본적으로 검증하면 자연스럽게 사회 분위기도 SW 개발 능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SW 개발이 가능한 인력이 많아지면 대학생 코딩 엘리트는 바로 창업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업과 정부에서 노하우를 쌓은 인력이 자연스럽게 창업 생태계를 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임업계 “선배들이 책임의식 가져야”

백 대표는 몸을 담았던 게임업계를 향해 쓴소리와 격려를 동시에 내놨다.

그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공한 우리나라 게임업계 스타 창업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며 “결국 이들이 뒤쪽으로 숨어 들어가며 업계가 여지껏 제 목소리를 못 내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이나 대기업 참여 없이 독자 생태계가 구성되며 폐쇄성이 짙어졌고 결국 역기능에 대해 사회 전반에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전파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배 창업자를 중심으로 게임업계가 뭉쳐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백 대표는 “중독 이슈와 산업 발전은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한 목소리로 내야한다”며 “각자 이해관계에 몰두해 정부 규제나 이용자 반발 이슈에 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은 큰 힘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게임업계의 가장 큰 아쉬운 점으로 책임의식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지금까지 쌓아온 부에 비해 사회나 다음 세대에 마땅한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생태계 성장동력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후배양성, 투자 등 공헌 활동을 지금보다 키우고 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