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화난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뉴질랜드 인공지능 전문 업체 터치포인트그룹이 23만유로(약 3억원)를 투자해 연내 ‘세상에서 가장 화난 로봇’을 제작한다고 13일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 로봇은 일종의 화풀이용으로 화가 난 사용자를 이해하고 달래는 데 쓰인다. 화난 사용자 수천만명과 상호작용한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로 활용한다. 화가 났을 때 하는 대화를 반복적으로 따라하도록 설계됐다. 화가 나는 단계를 구분, 정도에 따라 이에 적합한 화를 낸다.
스튜어트 암스트롱 옥스퍼드대학 박사는 “화는 인간 감정 중 비교적 로봇이 따라하기 쉽다”며 “인간은 화가 나면 욕설을 내뱉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단순하게 행동해 다른 감정처럼 여러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이 사용자만큼 화를 내지만 사람과 달리 폭력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분노를 표출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자신 분노를 절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스스로 화를 내는 완전한 인공지능(AI)은 아니지만 감정을 그대로 묘사한다.
지금까지 IT업계에선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인간 고유 감정·의식을 로봇이 따라하는 것에 대한 철학적 논쟁으로 로봇이 인간 의식을 모방, 인간처럼 어떤 일에 특정한 감정적 응답을 한다면 실제 인간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로봇은 인간과 달리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유대감이나 이해, 신뢰 등 정보화할 수 없는 감정은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향후 인공지능이 ‘욕심’이란 감정을 느껴 인간을 대체하려 하거나 로봇 힘이 커져 인류 사회 인간성을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암스트롱 박사는 로봇이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영향력(impact)을 감소하라”고 프로그래밍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암스트롱 박사는 “현재 수준에서 로봇에 사람 다리에 난 종양을 제거하라고 프로그램한다면 로봇은 단순히 그 다리를 잘라버릴 것”이라며 “반면 인체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종양을 없애라고 설계한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