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화질(UHD) 콘텐츠 제작은 엄두도 못 내죠. 4K 카메라 하루 빌리는 데 100만원이 넘어요. 시청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몰라 사전 투자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지난달 ‘UHD 테크비즈 2015’에서 만난 국내 중소 제작사 관계자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주요 유료방송 플랫폼이 잇따라 UHD 방송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정작 시청자가 볼 만한 고품질 UHD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제작사가 제작 초기부터 4K 해상도(3840×2160)로 촬영하지 않는다. 대신 기존 고화질(HD) 콘텐츠를 UHD로 변환하는 업스케일링(Upscaling) 솔루션을 선호한다. 카메라, 편집기, 인코더 등 제작·편집 장비를 구매하는 데 수십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UHD 방송 전용 채널 유맥스(UMAX)를 개국했다. IPTV 3사는 잇따라 UHD 셋톱박스를 출시, 대중화에 나섰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가 보유한 UHD 콘텐츠 분량은 각각 200시간 내외로 알려졌다. 24시간 방영체계로 환산하면 8일 분량이다. 얼마 안 되는 콘텐츠로 UHD 채널을 운용하기에 재방송, 재재방송은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실성 있는 UHD 콘텐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포원(All-4-One) 등 UHD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가 턱없이 작다. 사비를 털어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UHD 콘텐츠 선순환 생태계 구축 사업’은 그런 점에서 기대된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초 UHD 방송 상용화 국가 타이틀을 획득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볼 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UHD도 반짝 떠오르다 잊혀진 3D방송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