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태어나기 위해 알 껍질을 깨뜨린다. 새에게 알은 하나의 세계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우리는 변해야 한다는 명제를 가슴 한편에 늘 지니고 산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 말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왜 변해야 하는 것일까.
20년 전 세계 전자시장을 제패했던 일본은 어느새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한때 일본 전자산업은 세계를 호령하며 미국 등 선진국 제조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향수에 불과하다. 일본은 전자산업 주도권을 우리나라에 내주고 말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일본이 선점했던 정보기술(IT) 산업은 이미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전자산업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상 많은 나라들이 농업형명을 거쳐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경제와 기술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역사에 비춰보면 특정 나라가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을 밀어내고 IT 산업을 선점했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정보기술(IT) 산업 주도권 상당 부분이 이웃나라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 IT 산업도 10년 전부터 혁신과 창조를 강조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혁신을 이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혁신은 자기 파괴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우지 못하면 채울 수 없듯이 과거의 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다. 혁신은 스스로 노력과 외부 역동성이 만들어내는 조화인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어떤 새로운 것을 얻어야 할까. 디지털 혁명은 산업 전반에 걸쳐 1990년대를 관통하는 메가트렌드다. 2010년대에 이르러 소셜네트워크, 클라우드 서비스, 빅데이터 등 디지털과 인문학이 융합돼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트랜지스터 기술이 집적회로(IC)에 자리를 내주면서 반도체 산업이 혁신됐듯이 디지털 시대도 새롭게 펼쳐질 스마트 시대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 기업들은 기존 전자 산업에서 탈피해 IT융합 기반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종 산업 간 융합을 장려하고,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유명 전자 전시회를 방문하면 단순 IT 제품 일색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스마트헬스케어 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전자 기기와 의료 기기 간 간극을 좁히는 새로운 제품 형태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콘텐츠와 서비스가 결합된 스마트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나라는 또 한 번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성공은 생성된 빅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유의미한 지식으로 가공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를 구현할 기술뿐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국내 대기업이 잇따라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단순히 트렌드에 편승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하기보다는 쉽고 편한 것만 좇는다. 다양한 도전과 외부의 역동성이 조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에 미래는 없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알(과거의 관행)’을 깰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대 아이엠헬스케어 대표 sangdae.lee@im200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