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구매발주 시 관련 법·제도 준수여부를 따지는 모니터링 제도를 26일부터 시행한다. 모니터링 대상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분야 발주사업이다.
모든 공공사업에서 제안요청서(RFP)나 사전규격서(RFI)에 특정 기업이나 제품에 특혜를 주는 조항을 담았는지 면밀히 따져볼 계획이다. 발주금액이 1억원 이상인 컴퓨팅·통신 등 장비구매 사업과 3억원 이상인 방송장비구매 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미래부는 모니터링 결과가 RFP에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지속적으로 추적한다.
그동안 정부는 장비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특별법까지 제정해 시행했지만 국산 장비업계 체감 온도는 여전히 낮았다. 지금까지 상당수 공공기관은 장비구매 시 안정성·신뢰성을 핑계로 외산 제품을 선호해왔다. 외산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RFP·RFI에 명시해 국산장비 업체 진입을 원천 차단한 사례도 허다했다.
지난해 컴퓨팅 서버 구매목적 공공사업 가운데 RFP에 불공정 조건을 담은 사례는 전체의 57.7%에 달한다. 바꿔 말해 공공사업 열 건 가운데 공정경쟁이 가능한 사업은 네 건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우리 중소기업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다른 곳도 아닌 공공사업에 존재한 셈이다.
미래부는 조달청 나라장터, 기관별 자체 발주 사이트에 등록된 공공분야 ICT장비 RFI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공공사업 불공정 여부에 돋보기를 들이대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 컴퓨팅·통신 장비업계는 유례없는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불공정한 조항이 담긴 RFP·RFI에 치이고, 인해전술식 중국산 장비 출혈경쟁에 치이며 최악에 직면했다. 손을 쓰지 않으면 동사(凍死)할 처지에 놓였다. 국산 기술이 없는 정보기술(IT)강국은 사상누각과 다름없다. 국산장비를 역차별하는 공공분야 발주관행은 이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