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과제

[ET단상]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과제

결합상품 가입자 비율이 85%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결합상품 시장에서 지배력 전이를 통한 특정사업자로 가입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14년 경쟁상황평가’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배력이 높은 상품과 다른 상품을 결합 판매하게 되면 다른 상품시장으로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고 기존 지배력도 유지 또는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지배력이 높은 상품시장과 피결합 상품시장 모두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통신사는 결합상품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고, 합리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대로 결합상품을 통해 이통시장 지배력이 유선시장으로 전이되면 중소 유선사업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중 일부는 초고속인터넷 사업부문 누적적자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UHD방송 및 기가인터넷 고도화 등 차세대 네트워크로 진화를 통한 서비스 발전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로 인한 유선서비스 무료화 전략은 유선 네트워크 투자재원 마련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또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을 통한 경쟁사업자 압착전략은 기술혁신 감소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게 된다.

통신산업은 신기술로 인한 소비자 후생제고 효과가 큰 시장으로 투자와 혁신을 통한 선·후발 사업자 간 경쟁 환경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중요한 시장이다.

하지만 후발사업자의 적극적인 투자, 신기술 도입, 혁신적 서비스 제공 등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쟁상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면 후발 사업자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노력이 무의미해져 이는 결국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지배적 사업자가 자금력, 인력, 유통망 등 지배력을 인접시장으로 전이시키면 사업자 수익성 악화로 투자와 혁신 감소는 물론이고 결합상품을 제공할 때 소비자에게 강제적 제약을 동반하게 돼 소비자 후생 저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공정위 시장조사 결과에서도 시장 집중도가 높은 시장일수록 기업의 총 이윤율은 높고 R&D 비율은 낮아 이용자 후생이 저하된다고 조사된 바 있다.

또 연구결과 현재의 5:3:2 시장구조에서 3:3:3 구조로 변경 시 약 9000억원 요금인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며, 현재 시장구조 하에서는 집중화된 시장구조로 인해 막대한 소비자후생 손실이 발생하고 이러한 시장구조를 사업자 간 점유율이 완화된 구조로 변경 시 소비자 후생이 실제로 증가된다는 것도 확인된 바 있다.

포화시점에 접어든 통신시장에서는 특히 공정한 환경 조성을 통한 요금경쟁 유도가 절실하다. 결합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 지배력 전이를 차단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으로 사업자 간 자율적인 요금경쟁을 촉진하는 기반이 돼 소비자 후생증진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결합상품 시장에서 지배력 전이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방통위에 결합상품 제도개선 전담팀(TF)을 구성한 데 이어 미래부에도 결합상품 제도개선 연구반을 신설해 결합시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결합상품 시장 검토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강화로 요금인하를 저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결합상품 제도 개선을 통해 시장지배력 전이 등 ‘결합판매 금지행위’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마련해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 후생증진과 결합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모쪼록 정부와 연구기관의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학계의 정교화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정부의 철저한 시장조사와 합리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사업자 간 자발적이고 효율적 경쟁이 촉진되는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기 바란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chuhwan@y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