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과 아무리 대화를 많이 해도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말 주변이 없어도 주변에 친구가 많은 사람도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뭘까.
인간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8초에 불과하다. 금붕어가 9초다. 미국 월간지 페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웹사이트 로딩 시간이 4초가 넘어가면 4명 중 1명은 이를 기다리지 못한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말을 꺼낼 때부터 우리는 지루하진 않을지, 듣기 싫은 얘기는 아닐지 고민하고 마음속 시곗바늘은 돌아가기 시작한다. 길어야 1분 정도 얘기하는 시간 동안 관심 가는 내용이 없으면 금방 다른 것에 시선이 간다. 주의도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첫인상이나 처음 꺼낸 말이 중요한 이유다.
이는 비즈니스에 특히 치명적이다. 차라리 거절을 한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짠다든지 다른 제안을 한다든지 할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지루함에 이어 무관심까지 자아낸다면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상대 기억에서도 잊혀질 뿐 아니라 잠재적 기회도 놓치는 셈이다.
저자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샘 혼도는 수많은 비즈니스 컨설팅 강연을 하면서 대화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고 이를 유지해 관계를 맺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중요성에 비해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는 걸 어려워했고 심지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대화’는 필수다. 그것도 지루하지 않은, 강렬한 대화다. 저자는 상대방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을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자신이 고안해낸 ‘인트리그(INTRIGUE)’ 기법을 제안한다.
인트리그 기법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다’라는 뜻의 영단어로, 각 여덟 글자가 소통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나타낸다. 인상적인 서두(I=Intro), 새로운 정보(N=New), 효율적인 시간 활용(T=Time)으로 메시지가 상대방의 마음속에서 반복(R=Repeatable)되게 만든다. 이후 상호작용(I=Interact), 관심 보이기(G=Give), 양쪽이 모두 유용하다고 여기는 연관성 부여하기(U=Useful)와 구체적 예시로 상대방에 집중시키기(E=Example)가 이어진다.
인트리그 기법 핵심은 상대방에게 익숙한 장면을 떠올리게 해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얻으려고만 애써서도 안 된다. 상대에게 먼저 관심을 주기 시작해야 자신도 그만큼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서로 관심이 오가는 생산적 의사소통이 상대방과 진정으로 연결되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상대방을 통제하거나 원하는 대로 조종하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얘기할 때 자연스럽게 상대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고를 자율권을 줘 대화를 이끌어내면 서로 발을 맞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처럼 인트리그 기법은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모두를 배려한다.
인트리그는 단순히 강렬한 인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통이 오가면서 나오는 진실어린 마음과 몰입이 곧 행동으로 이어져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낳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리그는 ‘꽂히는 한마디’와 함께 속 깊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갈매나무 펴냄. 1만35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