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고사포로 총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화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총살된 고위 간부가 70여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김정은 폭압정치는 북한의 2인자이자 고모부인 장성택을 즉결 처분한데서 절정에 달한다. 김정은이 왜 장성택을 죽였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북한 전문가들은 장성택이 김정은 독재체제의 방해물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윤성학의 ‘돈의 생태계’는 장성택 처형을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라 북한의 사회경제체제 변화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수령 체계를 등에 업고 집권한 김정은은 도탄에 빠진 경제 때문에 시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경제통인 장성택이다. 그런데 갈수록 시장 힘은 커지고 수령 권위는 떨어진다. 김정은 주변의 간신은 김정은에게 끊임없이 장성택을 수양대군으로 비난하고 김정은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약관 30에도 못 미치는 어린 김정은은 이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 권력의 기반인 장성택을 처형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플롯이다. 소설은 이 과정에서 북한의 변화하는 시장경제와 권력 내부를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추론이 맞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단편적인 북한 소식을 바탕으로 북한 내부를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논리적이다. 김정은 폭압정치의 기원은 갈수록 좁아드는 권력 기반 때문이다. 2013년부터 북한경제가 성장했는데 독립채산제를 통한 기업의 생산성 자극,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 송금경제의 활성화 덕분이다. 북한은 이미 시장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가 됐고 시장 체계는 북한의 수령 체계와 양립할 수 없다. 김정은과 북한 최고 엘리트인 조직지도부는 시장의 힘이 강해질수록 시장을 더욱 통제해야 된다는 필요성이 생긴다.
북한의 변화하는 현실과 김정은 권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일독할 것을 권유한다. 내용 중간 중간에 북한의 먹을거리, 연애, 김정은의 신변 에피소드 등은 재미있는 읽을거리다.
윤성학 지음. 푸른영토 펴냄. 5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