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플랫폼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사업 초창기에)즉각 이해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20년이나 걸렸다.”
뉴욕타임즈는 13일(현지시간) ‘전략이 지배한다(Strategy Rules)’라는 책의 공저자인 데이비드 요피(하버드대)·마이클 쿠스마노(MIT)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차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두교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스마트폰 게임에 뒤늦게 참여했을지 모르지만 동 시대의 IT사업가들보다 훨씬 먼저 플랫폼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요피 하버드대 교수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산업전반으로 확산되는 플랫폼에 대한 가치’를 재빨리 간파한 빌 게이츠의 능력은 MS를 단 몇 년 만에 역동적인 PC업계의 지배적 사업자로 만들어 주었다"고 말했다.
요피 교수는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는 이를 즉시 간파했다. 이를 이해하기까지 앤디 그로브(인텔 공동창업자)는 10년, 스티브 잡스는 2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애플을 진정한 큰 승리자로 만들어 준 것은 IT 시장의 역동성에 대한 이해와 적용, 즉 ‘플랫폼과 생태계의 이해와 이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은 수익성 좋고 값진 네트워크효과를 가져다주는 플라이휠(엔진의 회전 속도를 안정시켜 주는 바퀴)이었다. 제품과 서비스를 보완해 주면서 수익을 늘려 주었다. 그 결과는 마켓파워와 거대한 이익이었다.
빌 게이츠는 윈도 운영체제(OS)를 만들 때 이를 명심하고 있었다. 써드파티 개발자들은 윈도OS를 기반으로 그 위에 SW 앱을 개발할 수 있었다. 윈도OS는 시작할 때부터 이런 스타일의 플랫폼이었다. 이를 통해 윈도는 거대한 SW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수년간 PC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업계 표준이 된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텔의 CEO였던 앤디 그로브역시 플랫폼과 생태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리고는 곧 다양한 산업계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오랫동안 제품우선주의 회사였다.
잡스는 아름답게 디자인된 제품을 더 좋아했고 이는 놀랍게도 애플에게 고립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결국 그도 플랫폼의 가치를 움켜 쥐기에 이르렀다.
잡스가 플랫폼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해한 것은 MS 윈도용 아이튠즈를 내놓은 2003년이었다. 이 때 PC사용자들은 비로소 아이팟을 자신들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따라 애플의 아이팟음악은 보다 큰 PC사용자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잡스는 최초의 아이폰에 써드파티앱용 앱스토어도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다른 임원들이 잡스에게 아이폰OS를 개방하도록 설득했다. 지난 2007년 6월 외부개발자들의 아이폰용 앱 개발을 반대하던 잡스도 이를 허용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어 애플스토어가 등장했다. 지난 2008년 외부 개발자들이 애플 OS용 앱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요피는 “잡스는 항상 제품우선주의였으며, 플랫폼을 두 번째로 놓는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알아채고 말았죠”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저서에서 “(애플이 플랫폼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실행에 들어가자)애플의 운명은 영원히 바뀌었다”고 썼다.
요피와 쿠스마노 교수는 또한 초기 IT업계 리더와 4명의 차세대 리더들이 사고방식에 있어서 ‘놀라운 평행선’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텐센트의 화텐마는 모두가 플랫폼 사고(platform thinking)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