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이나 자동차가 무거우면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연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자동차와 선박 업계는 무거운 금속을 가벼운 소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돼 왔다.
여기에 배는 기본적으로 물에 떠야한다. 메탈 중 부력을 갖춘 소재는 얼마 없다. 무게 중심도 문제다. 조금이라도 중심이 맞지 않으면 배는 무게 때문에 쉽게 가라앉는다. 이에 업계는 매트릭스 복합 소재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경량 메탈 기포강화 플라스틱(syntactic foam)이 개발됐다. 딥스프링스테크놀로지(DST)와 뉴욕대 연구진이 미국 국방연구소와 함께 물에 뜰 정도로 가벼운 메탈 소재 기포강화 플라스틱을 만들어 냈다.
기포강화 플라스틱은 표면에 기포가 있는 플라스틱 합성수지다. 가볍고 반발력이 뛰어나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Brazuca)’에도 쓰였다. 메탈을 결합한 초경량 기포강화 플라스틱 소재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이 소재로 가라앉지 않는 배를 만들거나 연료 효율이 높은 차를 제작하는 등 사용처는 무수하다.
연구진은 마그네슘 합금 복합체에 실리콘카바이드 입자를 결합해 강도를 높이고 밀도를 낮췄다. 핵심은 마그네슘 합금 복합체다. DST가 독자 기술을 활용해 자체 제작했다. 할로우(hollow) 입자는 기포강화 플라스틱을 보호하는 데 쓰였다. 이 소재로 만든 물체는 구조가 파손됐을 때도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렇게 만든 메탈 기포강화 플라스틱은 밀도가 1㎤당 0.92g에 불과하다. 물의 밀도는 1cc당 1.0g로, 물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가라앉지 않으며 거친 바다 환경을 견딜 정도로 강하다. 단일 쉘(Shell)의 평방인치(PSI)당 견딜 수 있는 압력은 무려 2만5000파운드(11.34톤)에 달한다. 이는 소방 호스가 물을 뿜는 최대 압력의 100배 정도다.
이 복합체에 쓰인 기술은 매우 성숙도가 높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미 해군과 해병대가 연구 중인 초중량 수송 상륙정 UHAC(Ultra Heavy-lift Amphibious Craft) 등 수륙양용차량에도 유용하다. 무게를 줄일 수 있고, 부력을 높여 항해 속도도 올릴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은 시제품에 바로 투입, 3년간 테스트를 거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니킬 굽타 뉴욕대 엔지니어링 및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이 새로운 메탈 매트릭스 소재로 기존 금속 부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메탈은 고온에도 강하기 때문에 엔진, 배기 부품 등에 적용되면 더 큰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차량, 선박 등 사용처에 따라 메탈 기포강화 플라스틱에 추가 쉘을 덧입히거나 소재 농도(Density)를 조정하는 등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연성 마그네슘 합금 소재를 이용해 이 특성을 구현해낼 수도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