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다단계, 판매자는 `걸어다니는 1인 판매점`인가

휴대폰 다단계 판매 불법일까, 합법일까.

최근 휴대폰 다단계 판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딜레마에 빠졌다.

방문판매법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방문판매 관점에서만 보면 다단계판매는 적법하다. 단순히 휴대폰을 판다는 이유로 방문판매행위에 방통위가 개입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다단계 판매자를 ‘1인 판매점’으로 보면 단통법 사전승낙제 대상이 된다. 1인 판매점도 사전승낙을 받아야 영업행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다단계 판매자 법적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향후 이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초 휴대폰 다단계판매 전국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최근 주부나 학생까지 휴대폰 다단계판매에 동원되면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다단계 ‘판매자’ 법적지위를 놓고 유권해석을 준비 중이다.

현재 다단계는 공정거래위원회 방문판매법 규제를 받는다. 휴대폰을 다단계 방식으로 팔아도 된다.

단통법에서도 다단계업체는 법적 문제가 없다. 휴대폰이라는 이동통신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단통법 사전승낙제에 따라 사전승낙만 받으면 된다.

문제는 판매자다. 다단계는 피라미드 구조다. 한 명이 두 명에게, 두 명이 네 명에게, 네 명이 여덟 명에게 파는 방식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여러 단계를 거치면 수천명으로 불어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판매자 법적지위가 중요하다. 일반적인 판매점이라면 직원이 모두 판매점 소속이라는 건 명확하다. ‘판매자=판매점’ 등식이 성립한다. 당연히 판매자 잘못은 판매점이 책임진다.

하지만 다단계에선 이것이 분명하지 않다. 판매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모두 직원으로 볼 수 있는지 애매하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개별 판매자를 모두 ‘1인 판매점’으로 볼 수도 있다. 다단계 판매자는 모두 사전승낙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대다수 다단계 판매자는 사전승낙을 받지 않았다. 단통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단통법에서는 사전승낙을 받지 않은 판매점이 휴대폰을 판매할 때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방통위는 다단계업체와 다단계 판매자 간 계약관계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판매자가 단순한 모집원인지, 다단계업체 소속 직원인지 아니면 1인판매점인지 지위가 분명하지 않다.

피라미드처럼 정점에서 아래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판매자 간에 어떤 계약조건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다단계에서는 ‘새로운 판매자를 모집해온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구매자가 곧 판매자가 된다. 다단계에서 휴대폰을 산 모든 사람을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로 규정하면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구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단지 ‘판매자 간 분쟁’으로 처리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휴대폰 다단계의 정확한 현황파악을 위해 실태점검을 하고 있다”며 “과도한 장려금이 지급됐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