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무역신속협상권(TPA)’ 법안심의 개시 절차에 대한 동의를 14일(현지시각) 통과시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을 위한 전제조건인 TPA의 의회 통과로 TPP 연내 발족이 탄력을 받게 됐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의 신속 타결을 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에 대한 절차투표를 실시해 찬성 65표, 반대 33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여름 이전에 TPP 협상을 마치고, 연말까지 의회 비준을 받아내겠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 의지다.
국내에서는 한국의 TPP 배제를 놓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TPP 핵심은 ‘디지털 무역’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중남미권 총 12개국이 참여, 연내 발족 예정인 TPP는 ‘디지털 무역 촉진’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
TPP는 별도 조례를 통해 회원국 간 인터넷을 통한 무역 거래 시 해당 디지털 재화와 용역에 대해 사실상 관세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가 간 자유로운 데이터 전송을 위해서라는 게 미국 논리다. 로버트 홀리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현재 이 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미국 사무용 소프트웨어 연합(BSA) 회장을 역임했던 홀리먼 부대표는 “국가간 데이터 이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비싸지는 걸 막아야 한다”며 “자국 내에서만 데이터를 저장토록 하는 건 ‘규모의 경제’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는 마치 정부가 완성차 업체에 자국산 부품만 쓰라고 강요, 결국 국민에게 값비싼 차만 살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비유했다.
다분히 애플과 구글 등 자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보호용인 그의 주장은 TPP 협상 추진 과정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참여 예정국 중 하나인 호주는 현재 일부 건강정보 데이터의 자국내 보관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호주 정보담당관실(OAIC)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절대 다수(79%)가 데이터 국외 반출 오남용을 우려했다.
지난 2012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 역시 사생활보호법 등을 통해 미국 보험사나 은행으로 우리 국민의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
출범 이전이든 이후든 우리나라의 TPP 가입 가능성은 높다. 그렇다면, 미국이 다자간 협상과정에서 자국 디지털무역 헤게모니를 어떻게 밀고 나갈 것인지가 TPP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다.
류경동·이호준 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