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관이 초연결 사회와 통신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발전 10년 대계(大計)’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통신장비 산업에 닥친 위기 원인 분석을 놓고 장비업계와 사용자 기업 간 견해가 달라 지속적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5일 경기도 판교 쏠리드 사옥에서 최재유 차관 주재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제9차 ICT 정책 해우소’를 개최했다. ‘K-ICT 전략 실현을 위한 초연결 네트워크 발전방안 및 네트워크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산·학·연·관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재호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스마트네트워크단장은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미래부 출범 이후 10년 단위로 수립했던 네트워크 발전전략 맥이 끊겼고 산업 경쟁력은 약해졌다”며 “네트워크는 ICT융합산업 뿌리고 지금이 국가 차원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초연결 융합 네트워크(HCN)’ 달성을 위한 ‘FIRST 전략’을 소개했다. FRIST는 최첨단 네트워크(Frontier of Network), 아이디어 기반 창조적 서비스(Idea based Creative Service), 연구개발 선순환체계 구축(R&D Virtuous circle), 정부와 민간 역할 분담 통한 시너지 창출(Synergy creation), 세계 최초 IT 환경(Top IT environment)을 의미한다. 미래부와 NIA는 각 전략별 세부추진과제를 마련해 이르면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최경 강원대 교수는 “정부는 10년 단위로 네트워크 발전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에 미래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가 됐다”며 “이번 기회에 과감한 판단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규태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 부회장은 “NIA FIRST 전략안은 반드시 실행돼야 하지만 수익 모델 개발이 동반돼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우 KANI 본부장은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처한 현실을 소개하고 정부와 수요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사 설비투자가 급감하는데다 일방적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갑의 횡포가 여전하다는 전자신문 보도 내용을 상당부분 인용했다.
장비업계 입장도 같았다. 이정길 유비쿼스 전무는 “한 공공기관 구매담당자는 ‘국산 장비는 자기 목 내놓고 구매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공공분야 외산 선호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규태 회장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산장비 보호가 어려워졌지만 다른 나라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고 지적했다.
정준 쏠리드 사장은 “정부 조달 체계가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중소기업이 살 수 있으며 IT전문가 몇 사람만 있으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민간 기업은 가격을 깎는 것은 당연할 수 있어도 합리적으로 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벤치마킹테스트(BMT)에 탈락한 업체를 다시 불러 그 업체 기준으로 납품가를 형성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수요 기업 입장은 조금 달랐다. 허비또 LG유플러스 상무는 “언론 보도대로 지금은 LTE 투자를 마치고 새로운 투자 준비를 하는 상황으로 이는 기본적 생존의 원리”라며 “우리는 국내 업체와 상생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창 SK텔레콤 본부장은 “장비 업계가 통신사에 무턱대고 요구하기보다는 글로벌을 지향하든지 선택과 집중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원식 KT 실장은 “지금은 가격도 경쟁력인 시대이기 때문에 과거 향수에 젖지 말아야 한다”며 장비업계가 경쟁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최재유 미래부 차관은 “일이 잘 되려면 현장 사기가 높아야 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이해하고 힘을 합쳐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정부가 아닌 민간이 발전을 주도하고 정부는 이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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