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에서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유통 채널도 멀티(Multi) 채널에서 옴니(Omni) 채널로 바뀌었다. 실제로 온라인 중심 기업 경영성과와 성장성이 오프라인을 압도하고 있다. 많은 오프라인 중심 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노력을 들여 왔다. 그러나 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완벽한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는 분석이다.
옴니 채널(Omni Channel)은 라틴어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와 제품 유통경로를 의미하는 ‘채널(Channel)’이 합성된 단어다. 즉 옴니 채널은 ‘고객중심으로 모든 채널을 통합하고 연결해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제공으로 고객경험 강화 및 판매를 증대시키는 채널 전략’이다.
이제까지는 기업이 채널운영 효율성 및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각 채널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다. 옴니 채널은 고객이 중심이 되어 고객경험 강화에 중심을 두고 각 채널간에 유기적인 연결을 통한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옴니 채널은 다양한 채널이 서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며 단일 채널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각 채널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서로 경쟁하는 멀티 채널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옴니 채널 구성요소는 강력한 브랜드, 매력적인 콘텐츠,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모바일 앱·웹, 독창적이고 높은 품질 제품, 우수한 고객 서비스, 높은 수준 벤치마킹 역량과 민첩성, 탁월한 ICT 역량을 꼽을 수 있다. 옴니 채널 성공 키워드는 ‘통합’과 ‘일관성’을 꼽을 수 있다.
ICT 최근 유행용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핀테크도 따지고 보면 옴니 채널을 ICT 관점에서 본 것이다. 오프라인이나 멀티 채널에서 정형화된 데이터가 발생했었다면 옴니 채널에서는 비정형 데이터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 오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게 됐다. 핀테크도 금융기관이 오프라인 중심 여수신(與受信)에서 온라인 중심 여수신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한 작은 부분일 뿐이다.
문제는 이제까지 멀티 채널을 성공시킨 회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전략 컨설팅회사가 오프라인(Brick and Mortar)에서 멀티 채널(Click and Mortar)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전환에 완벽하게 성공한 회사가 있었던가?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한 아마존, 이베이, 애플, 구글, 알리바바는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오프라인으로 출발해서 온라인으로 변환하려고 몸부림친 회사 중에 성공한 회사는 없다. 변환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바로 망하지는 않겠지만 저만치 앞서가는 온라인 중심 기업을 속절없이 지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 그리 성공하기 힘들까? 힘든 이유는 기존에 투자된 사람, 조직, 전략, 프로세스, 기술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한 기업은 소위 채널 충돌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오프라인으로 출발한 기업은 내부적으로 항상 채널 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채널 목표 설정과 실적 평가에서 항상 충돌이 발생하고 대부분이 오프라인 쪽이 이긴다. 이제까지 주력이 오프라인이고 거기다가 CEO들이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성공을 기반으로 내부적으로 성장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전략상으로는 모바일,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회사 내 자원 배분과 평가에서 오프라인을 우대할 수 밖에 없다. 모바일, 온라인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너희들이 잘 알아서 경쟁사에 뒤지지는 말라는 정도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는가? 마치 앞으로 전쟁에서는 기술 중심 해공군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마지막에 깃발 꼽는 것은 사람 중심 육군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많은 CEO가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 온라인, 오프라인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운영되기 어렵다. 옴니 채널은 기존 조직과의 통합과 일관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채널 충돌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25년 이상 커온 CEO들은 스스로가 모바일, 온라인에 문외한인 점을 인정해야 한다. 조찬 찾아 다니고, 교수들 만나고, 컨설팅 받아도 여전히 자기 경영DNA는 오프라인 중심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조직에 덧대어서 온라인 조직을 운영하면서 대외적으로 옴니 채널로 전환했다고 떠들 일도 아니다.
채널 충돌을 없애기 위해서 옴니 채널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멀티 채널에서 겪었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오프라인 중심 기업이 다시 옴니 채널 시대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진정한 옴니 채널을 만들어서 온라인 중심기업과 대적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아예 온라인 DNA를 가진 CEO를 영입해서 사람, 조직, 전략, 프로세스,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그쪽이 훨씬 빠르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