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우리나라 미세먼지 환경지수가 전체 178개 조사국 중 171위를 기록해 충격을 던졌다. 우리나라가 가진 글로벌 경제·산업 지위에 비하면 부끄러울 정도로 미세먼지 위협에 놓여있다.
미세먼지는 코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직접 침투해 기관지염·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인체 면역 기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각종 연구에서 미세먼지 농도와 조기사망률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대기 중에 장시간 부유하는 직경 10μm(마이크로미터) 이하 먼지를 미세먼지(PM10)라 하고, 이 보다 더 작은 직경 2.5μm 이하 먼지를 초미세먼지(PM2.5)라 부른다.
초미세먼지는 폐포 흡착률이 미세먼지 보다 높고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입자에 더 많이 부착될 수 있어 인체에 더욱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는 황사와 같이 중국에서 유입돼오는 대기중 물질을 비롯해 화력발전소·자동차 등 화석연료 연소시설에서 나오는 배출물, 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화학반응에 의한 2차적 생성까지 다양한 발생원을 갖는다.
정확한 발생 원인을 찾아 다각도로 오염원을 없애고,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실증형 환경R&D를 통해 인체 위해성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초미세먼지 저감 또는 차단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정과제 ‘환경서비스 품질수준 제고(대기질 개선)’를 실현하고 미세먼지 위해성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5년 ‘제1차 수도권 특별대책’을 시작으로 2014년 ‘미세먼지 종합 대책’, 2015년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종합 대책’을 마련해 미세먼지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주요 미세먼지 발생원인 사업장과 자동차 등 이동오염원 배출허용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미세먼지 예보·경보 체계를 구축했다.
황사 등 국가 간 미세먼지 오염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마련, 대기오염 실시간 관측자료 공유, 우리 기술을 활용한 중국현지(제철소) 실증사업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올해부터 추진한다.
미세먼지 발생원별 효과적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실증형 R&D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환경산업 선진화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지난 2011년부터 약 2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산업시설 미세먼지 저감기술, 생활환경 및 다중이용시설 공기 청정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산업시설은 업종별 배출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필터여과·정전여과 등 현장에 맞춰 활용 가능한 미세먼지 처리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화학반응에 의한 2차 생성도 억제하기 위해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복합오염물질 처리 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가정·지하상가 등 생활환경 속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기청정기술, 진공청소기 등 가전제품에 적용 가능한 고기능성 필터소재, 밀폐공간으로 관리가 어려운 건물 내 환기통로 청소로봇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실증형 환경R&D 지원을 통해 대표적 미세먼지 발생원인 화력발전소에 세계수준 실증 규모 집진기술을 설치해 초미세먼지 발생농도를 기존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저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리섬유 필터(HEPA) 제조기술을 국산화해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주요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대형 연소시설에 즉시 적용 가능한 집진기술 실증화, 기술 신뢰성 제고와 효율적 관리를 위한 초정밀 측정기술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산업기술원은 기대했다.
그동안 노력으로 서울 기준 미세먼지 농도는 2005년 56㎍/㎥에서 지난해 44㎍/㎥수준으로 개선됐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30㎍/㎥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 건강·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라며 “실증형 R&D로 개발한 우수기술을 조기에 현장에 보급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줄이도록 정부·지자체·산업체 등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