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매체에서 가상현실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페이스북 연례개발자대회 F8 2015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비디오를 활용한 가상현실 콘텐츠가 매우 몰입감을 줄 수 있으며, 이를 반영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360도 전 방위 가상현실 비디오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가상현실 장비인 기어 VR를 오큘러스 생태계에 포함시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이렇듯 IT 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가상현실 시장으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자 스마트폰 다음으로 가상현실 장치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에 각각 추진해 오던 미래성장동력과 산업엔진프로젝트를 통합해 지난 4월 30일 미래성장동력추진단 발대식을 개최했다. 2020년께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목표로 미래부, 안행부, 산업부, 국토부 등 17개 부처가 협력해 범정부적으로 해당 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가상현실 기술 연구는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렇게 차세대 산업분야의 핵심기술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장비 발달에 기인한 것이다. 이전에는 컴퓨터가 임의로 구성한 가상환경 완성도가 떨어져 사용자가 몰입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가상과 현실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히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이다.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가상현실 기술에서는 거의 실사와 구별할 수 없는 장면을 제공하게 됐다. 오큘러스와 같은 착용형 디스플레이 장비는 사용자의 시야각을 넓혀 이러한 가상화면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듯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카메라에 렌즈가 한 개만 있는 것이 아니고 360도 다양한 방향으로 여러 개의 렌즈가 동시에 고화질의 영상을 획득하고 이를 연결하여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는 원하는 방향으로 영상을 돌려보며 전 방위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상현실도 등장했다.
가상현실 기술이 가장 높은 활용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는 게임, 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그 다음으로는 교육 분야가 가상현실 기술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다. 직접 관찰이 어렵거나 텍스트 혹은 동영상 자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학습내용 및 추상적인 학습개념, 위험하거나 경비가 많이 드는 실험 등에 적용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학습 환경 구축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활용이 단순한 감각적 호기심 제공을 뛰어넘어 학습자체에 대한 몰입과 효과에 의미 있게 작용해 학습내용의 실제적이고 심층적 이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실험연구로 입증되고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는 2016년 약 40억달러(약 4조3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시장이 2020년에는 1500억달러(약 16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현실 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성장성에 비해 관련 장비 부문은 대부분 다국적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 콘텐츠 부문은 아직 초기단계로 국내 관련 업계가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만의 서비스 모델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창의적 실감형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창의교육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꿈에서 즐겁게 날아다닌 나비가 장자의 아바타에 비유될 수 있듯이, 기술로 현실과 가상이 하나로 이어지는 세상에서 발달된 기술이 획일적 교육의 틀을 유연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기현 테크빌닷컴 부사장 key@tekvil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