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전문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이동통신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3세대(3G) 통신이 사라지고 모든 통신 서비스가 롱텀에벌루션(LTE) 중심으로 전환되면 요금체계도 당연히 데이터 중심으로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요금경쟁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트래픽으로 따지면 데이터가 음성보다 훨씬 많은데 매출 구조는 양쪽이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동통신사가 원가에 맞게 요금과 서비스 체계를 재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미국 버라이즌을 시작으로 유럽, 일본 통신사가 도입하고 있다. 음성 통화가 줄고 데이터 사용이 늘면서 음성과 데이터를 구분하는 게 점차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향후 이동통신 서비스는 음성과 데이터 모두 패킷 중심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 실장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데이터 소비가 적고 음성 사용이 많은 사용자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며 “통신사 매출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보면 매출이 감소하겠지만 데이터 트래픽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전환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했다. 우선 음성요금 경쟁력이 낮아져 데이터 중심 전략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설명했다. 또 이통 3사 간, 다른 산업과 경쟁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통신사와 오버더톱(OTT) 업체 경쟁이 본격화됐는데 OTT 업체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쪽에서 도전을 해오고 있다”며 “구글이 ‘프로젝트 파이’를 내놓은 것처럼 다른 영역 업체 위협이 시작됐기 때문에 통신사는 선제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통사 요금경쟁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수 있지만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프린트는 요금경쟁으로 네트워크 품질이 낮아졌고 결국 소프트뱅크에 팔렸다. 요금경쟁 촉발이 자칫 소비자 서비스와 산업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요금경쟁도 좋지만 이로 인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요금경쟁 촉발보다는 새로운 파이(시장)를 만들어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시장은 그대로인데 경쟁만 치열해지면 산업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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