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스마트폰 특허침해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디자인 특허 중 하나인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 외관이나 포괄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모양과 크기, 빛깔 등을 가리킨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8일(현지시각) 발표한 의견서에서 “삼성 제품의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와 관련, 1심(배심원단) 판단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트레이드 드레스와 관련 판결을 샌프란시스코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스마트폰 전면부 디자인과 테두리(베젤),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화면을 두 번 터치해 표시 내용을 확대하는 기능 등에 “삼성이 애플 특허를 베꼈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지난 2011년 삼성을 제소하면서 모두 네 건의 트레이드 드레스 지식재산권 침해를 주장했다. 이 가운데 세 건은 아이폰에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는 아이패드와 아이패드2에 관한 것이었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 결정으로 애플에 물어야 할 삼성 배상액이 줄어든다. 2012년 8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애플에 대한 삼성 배상금으로 처음 산정한 액수는 약 10억5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다.
트레이드 드레스에 산정된 배상금이 모두 없어지면, 삼성이 내야 할 배상액은 5억4800만달러로 줄어든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애플과 삼성 모두 최근 들어 ‘디자인 특허’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분석한 ‘삼성전자·애플의 스마트폰 관련 디자인 특허 등록 동향’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에만 UI에 43건을 비롯해 총 91건 디자인 특허를 미국에 등록했다.
삼성도 106건 UI 특허를 포함, 총 663건 미국 특허를 디자인 분야에만 집중 등록시켰다.
스마트폰 관련 양사 기술 특허가 ‘디자인’에 촘촘히 밀집돼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법적·기술적 분쟁 소지 역시 높다. ‘UI’ 분야는 양사 모두 스마트폰 부문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한 양사 디자인 특허 전략에는 다소 차이가 감지됐다.
애플은 패키징(제품 포장)과 USB 커넥터 등에 지난해 각각 36건과 18건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다. 반면에 삼성은 메디컬 디바이스와 엑스레이 디바이스 등 헬스케어 분야 디자인 특허를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욱 ETRC 연구기자·
<애플·삼성전자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등록 추이>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