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달 초 ‘2만원대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집 전화 해지를 고민했다. 올해 가입 35년째다. 모바일, 인터넷, TV를 결합한 기본료가 2500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집 전화요금으로 기본료만 냈다. 발신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 국가 필수 인프라 유선전화가 가정에서는 개점휴업한 지 오래다.
편리함을 전면에 내건 무선의 음성무료화는 가정 내 유선 입지 를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집 전화로는 대부분이 종량제로 요금을 내는 시대에 무선에서는 음성을 그냥 퍼주니 유선에 손 갈 리 만무하다. KT에는 오랜 캐시카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선택이지만 결국 데이터에 음성을 거저 덤으로 주는 통신 패러다임 개편에 나섰다.
최근 한 TV 제조사 고위 임원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TV 사업에 몸담고 있지만 언젠가 TV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크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TV 본래 기능에 충실하며 크기, 해상도 진화를 거듭했지만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에 필요성을 뺏길 줄 5년 전만 해도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1분기 TV, 모니터 등 영상기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조원이 증발했다. 사실상 밑지고 팔았다.
TV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료방송에 가입하면 TV를 덤으로 주기도 한다. 일부 보급형에 국한된 얘기지만 과거 TV를 구입한 뒤 콘텐츠(방송)를 선택해 보던 시대가 뒤집히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사면 그걸 보는 도구(TV)를 거저 주니 마치 데이터를 사면 통신에 필수인 음성을 아낌없이 주는 음성무제한 요금제와 같다.
섣부른 생각이지만 만약 이 같은 유통구조가 자리 잡으면 TV 시장은 대격변에 휘말릴 것이다. TV 제조사는 자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고객(콘텐츠 업계) 요구에 맞춰 ‘올레TV향 TV’가 등장해 TV 제조사는 콘텐츠 업계에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비록 망상에 가까운 시나리오지만 소비자에게 나쁠 건 없다. TV 제조사로서도 안정적 수익원 확보, 유통비용 절감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아무도 내다보지 못한 미래를 누가 먼저 잡아내는지다.
서형석 전자자동차산업부 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