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제품 TV 개발을 포기했다. 출시 소문이 돌며 소비자 기대치를 높였던 제품이다. 회사는 10년 전부터 초고화질(UHD) 디스플레이 TV를 만들기 위해 연구했지만 1년 전 과감히 사업을 접었다.
애플은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기업이다. 실패도 있었지만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으로 이어진 성공신화는 회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시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 덕분이다. TV사업을 접은 이유도 자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고 반드시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그동안 진보 기술이 있어도 시장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술을 숙성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사소한 부가 기능이라도 시장 수요가 충분치 않고 제품 최적화를 위해서라면 적용하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아이폰 위젯 기능이다.
디지털 음원 시대를 연 MP3 플레이어는 대표적 사례다. 국내 기업이 초기 시장을 주도했지만 결국에는 직접 수요를 만들고 진출한 애플 아이팟에 자리를 빼앗겼다.
기업 이윤과 직결되는 제품 마진율 역시 선택과 집중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중 하나다. 애플은 첨단 기능을 구현하는 값비싼 부품 없이도 시장 수요가 있는 최적 제품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349달러짜리 애플워치 스포츠는 약 299달러 이윤을 남긴다.
모든 선택과 집중이 좋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 업계도 이런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산업은 최신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이윤이 박하다.
애플의 선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잘난 것이 아니라 시장에 기반을 두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자. 먼저 우리가 시장에 기반을 둔 선택을 하는지를 되짚어보자.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