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은 이동통신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몰고 올 전망이다. 통신 3사가 사실상 과점해온 시장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4 이통이 연착륙한다면 소매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통신장비까지 통신시장 생태계 전반에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제4 이통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국내 시장이 작고 이미 포화상태라는 분석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4 이통 등장으로 무한경쟁을 벌인 후 인수합병과 같은 빅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벌써 나돌 정도다.
◇제4 이통, 탄탄한 재정이 필수
제4 이동통신 탄생은 후보 업체가 현실성 있는 사업계획과 탄탄한 경제력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불발로 끝난 이유도 후보사업자가 재무건전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파수 구매 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필요한 제4 이통에 필요한 초기 최소 자본금은 1조원이다. 여기에 2~3년간 지속적으로 수조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이 1대 주주로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업계는 제4 이통 예비업체가 수면 밑에서 준비 작업을 하다가 정부 지원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르면 6월 이후 후보 업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시장 어떻게 달라지나
소비자 입장에서 제4 이동통신 출범은 손해 볼 게 없는 일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적절한 경쟁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떨어트린다. 4개의 이동통신사가 경쟁하며 가입자 유치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고객 혜택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폭도 다양해진다.
제4 이통이 들고 나올 새로운 서비스가 관심거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요금제 측면에서는 2만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 휴대폰으로 두 개의 번호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듀얼칩 등 기존에 없던 혁신 서비스도 예상된다.
국내에도 처음으로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통신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쓰는 주파수분할(LTE-FDD) 방식과 달리 한 주파수에서 데이터 송수신을 같이 하는 방식이다. 와이브로와 기술 방식이 같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 LTE-TDD 장비를 수출하려는 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기존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업계에는 달가울 리 없는 일이다. ‘건전한 경쟁을 통한 발전’보다는 매출 감소를 먼저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장에서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 시름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 전망 극과 극
제4 이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현재 시장이 포화상태인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는 전체 인구수를 뛰어넘는 5600만명 수준이다. 한정된 파이를 두고 기존 이동통신 3사 간, 알뜰폰 업체 간 고객 빼앗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4 이통이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제4 이통이 시장 진보보다는 업체 간 수익성을 악화시켜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스프린트가 대표적 사례다. 수익성 저하는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로 돌아간다.
제4이 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은 과거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30% 저렴한 통신요금, 2년간 2만여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관련 산업이 동반성장하면 일자리뿐만 아니라 통신산업 생태계 전반이 확대될 수 있다. 고사 위기에 빠진 통신장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활성화됐기 때문에 제4 이동통신은 국민의 더 큰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또 기존 이동통신 3사가 이미 중복투자 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슈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제4 이동통신 누가 준비하나
현재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하는 곳은 5~6곳 정도로 알려졌다. 이미 잘 알려진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을 비롯해 퀀텀모바일, 케이티넷컨소시엄 등이다.
공종렬 KMI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원칙은 자유 자본주의기 때문에 제4 이동통신도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KMI는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국내 기업에 투자해 제4 이동통신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사업자(SO)도 사업 준비를 논의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 업체 간 몇 차례 논의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수익성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는 케이블 업계가 이동통신사 결합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제4 이동통신을 검토한 것으로 풀이했다.
일부 후보 사업자는 알뜰폰 업계와 접촉을 진행 중이다. 신규 사업자로서 유통망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알뜰폰 유통망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알뜰폰 업계는 제4 이동통신이 수익에 타격을 줄 수도 있지만 또 하나의 망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오월동주’가 시작될 지 주목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