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 한정된 주파수 사용 등의 이유로 자연발생적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다는 문제점이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이 때문에 ‘제4이동통신’이라는 경쟁정책을 구사하는 나라가 많다. 이 가운데 프랑스와 일본 사례가 자주 언급된다.
프랑스에서는 ‘프리모바일’이라는 업체가 2009년 제4이통 사업권을 따내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프랑스 2위 유선통신사업자인 ‘일리아드’를 모회사로 둬 안정적인 자금력과 통신사업 경험을 갖췄다. 프리모바일이 들어온 후 1위 오렌지, 2위 SFR, 3위 브이그로 고정됐던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프리모바일이 ‘무약정 심온리’ 등 파격적 요금제를 들고 나오면서 가격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2013년 말부터는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도 시작했다. 그 여파로 2011년 대비 지난해 말 오렌지의 시장점유율은 5.1% 감소했다. 4사 가입자당평균수익(ARPU)는 같은 기간 28%나 줄었다. 전체 가계통신비가 인하된 것이다. 프리모바일 점유율은 2012년 7.7%에서 지난해 14.6%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에서는 프랑스 제4이통 도입이 실패로 알려져 있지만 숫자가 보여주듯 초기 시장안착에 성공했다는 게 프랑스 정부 공식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통신규제기관 ARCEP의 장 루도비크 실리카니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요금인하와 시장집중도 개선이 이뤄졌으며 가입자가 5년 간 35%나 증가했다”며 “당초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말했다. 2009년 ARCEP 위원장에 임명돼 제4이통 도입을 주도했던 그는 일자리 감소 등이 반론에 대해서도 “제4이통 도입 이전부터 줄어들고 있던 자연적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대표적 실패사례로 언급되는 일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2000년 3개 사업자에 사업권을 내줬지만 소프트뱅크가 보다폰재팬을 인수하면서 3위 사업자가 됐다. 또 IP모바일이 막판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결국 Y모바일(당시 E모바일)만 제4이통 사업을 시작했다. 이 업체는 시장 판을 흔들기 위해 혁신적 서비스를 내놔야 했지만, 역시 같은 입장이던 소프트뱅크에 크게 밀리며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2012년 시장점유율이 겨우 3%에 그쳤다. 결국 올해 소프트뱅크에 합병됐다.
결국 재무안정성과 혁신적 서비스 도입이 제4이통 성공 공식임을 프랑스와 일본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