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행복의 90%가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 실존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이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엄마도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어떤 조그만 결정도 아이가 관계된 일은 가슴 떨리기도 한다. 그중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엄마들과의 관계이다. 즉, 엄마들 모임에 ‘얼마나 자주’ 쫓아다녀야하나 하는 것이다.
우선, 입학하고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처음 행사인 ‘학부모 총회’에는 꼭 참석해야 한다. 학부모 총회는 엄마도 아이가 앉는 교실 좌석에 앉아 아이의 짝과 앞뒤 친구들의 엄마들과 인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후에 엄마들끼리 모이는 ‘반 모임’이 따른다. 그리고 첫 번째 반모임은 꼭 나가야 한다. 워킹 맘들도 반차를 내고라도 나가라고 하고 싶다. 이 자리에서 서로 연락처도 교환하고 아이가 친한 친구의 엄마들과도 대면하고 얘기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꼭 참석하는 것이 좋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현재 초등 1학년 아이를 둔 엄마가 이런 고민을 토로해왔다. “학기 초가 지나가니 반 전체 모임은 없고, 친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만나는 소규모 모임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규모 모임에 얼마나 자주 나가야하는지 고민 된다. 첫 아이가 1학년이기는 하지만, 밑에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첫째 친구 엄마들 모임에 쫓아다니기가 너무 버겁다.”는 것이다.
나도 1학년 때 그런 부분이 많이 고민 됐었다. 어느 덧, 아이가 2학년이 되고 보니,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1학년 1학기가 지나면 엄마와 아이의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형성 및 정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이 깨달은 점은, 아이로 인해 관계가 시작됐지만, 학부모 만남도 아이를 떠나, 엄마 자신의 또 다른 ‘새로운 사회’ 이고 이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휴먼 네트워크’라는 것이다. 그러니 노력이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음 중에서 한 가지만 좋아도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연봉, 일, 인간관계.’ 회사를 다닐 때도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인간관계란 얘기다.
오해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아이에게 일부러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엄마들과 네트워크가 잘 성립돼 있으면 전업맘이건 워킹맘이건 본인이 아이를 돌보기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행사에서 소외되지 않으며,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비슷한 고민들을 공유하는 친구로서 서로 의지하면서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엄마들과의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 관계, 즉 좋은 휴먼 네트워크는 삶에서 도움이 되고, 사회 어떤 조직에서나 힘이 된다.
사실 아이들은 2학년 때 다른 반이 되고 또 다들 알아서 친구는 사귀게 되어 있다. 엄마가 1학년 때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아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친밀도 있는 관계를 맺고 있으면 매일 보는 반 친구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고, 함께 해서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또한 기쁨이 된다. 특히, 1학년 때는 아이들 끼리 연락해서 만나는 것은 어려우니 엄마들끼리의 좋은 관계는 친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럼 1학년 엄마들 모임, 얼마나 자주 참여해야 할까? 학부모로서 좋은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딸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해본 경험과 1학년을 겪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 모임이 있다면, 누군가가 초대를 했다면 일단 ‘응하라!’ ‘가봤자 무슨 소득이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며 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두 번 거절하면 세 번째는 아예 연락이 안 올수 있다. 일단 참석해 보고 향후 지속적 참여 여부를 결정하자. 둘째, 학교 오다가다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엄마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기다리는 것만이 예의는 아니다. 간단히 30분이라도 티타임을 갖는 등의 방법이 있다. 셋째, 형제와의 시간도 1년 동안은 조금 접어두자. 동생과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다. 그러나 2학년 때부터 형제들과의 시간에 집중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선배 엄마들의 의견이다. 넷째, 워킹맘의 경우 등,하교 길에 엄마들을 만나기가 어려우므로, 인위적으로 만남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토요일 오후에 친구를 초대한다던가(주말이라도 워킹맘이 만나자고 하는 것은 모두 이해하니 걱정 말고 얘기하자), 주중에 일찍 퇴근하는 시간을 만들어 아이를 친구들과 놀리며 엄마들과 친밀함을 쌓도록 해본다. 워킹맘이라고 해서 혼자 고민만 하고 모임에 아예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아이가 친하다는 친구의 엄마와는 특히 일부러라도 만남을 가져 보는 것이 좋다.
딸아이 반에 전업 워킹맘이 있는데 입학하고 3개월 동안 육아 휴직을 냈었다. 휴직 기간 동안 그 워킹맘은 엄마들과의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아이도 친구들과 자주 놀게 하였다. 3개월 후 복직했지만 지금도 같이하는 운동이나 활동, 모임 등에서 엄마가 없어도 당연히 아이를 챙겨주고 잘 지내고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엄마가 워킹맘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이 전혀 없다. 워킹맘의 경우는 가능 하다면, 아이가 초등 1학년이 되면 3~6개월 정도 휴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다섯째, 시행착오를 인정하자. 나의 경험이다. 처음에 여러모로 잘 맞는다고 생각해 없는 시간을 만들어 만났던 친구가 있는데, 몇 번 만나보니 아이도 엄마도 성향이 그다지 맞지 않았고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를 두려워해 처음부터 만남을 차단하지 말자. 또한, 어떤 그룹에 참여해 시간을 투자했다 하더라도 그 모임이 엄마나 아이를 불편하게 한다면 과감하게 떠나야 한다. 그냥 버티다가 엄마만 힘들어 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1학년 때는 더욱 여러 모임에 나가 봐야한다. 한 학기 동안 다양한 모임에 나가다 보면 엄마와 아이에게 제일 편하고 좋은 모임에 남게 된다.
나도 다행히 여러 모임에 쫓아다니다 보니 1학기 쯤 지나자, 자연스럽게 아이들끼리도 문제가 없고, 엄마들과도 성향이 맞는 엄마들과 많이 모이게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끼리도 친구 이상으로 친하게들 지내고 있다. 일부러 자주 만날 필요도 없다. 일단 관계가 친밀해지니 가끔 봐도 관계는 깊어지게 되었다. 우리가 학교,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 관계처럼 말이다.
현재 중학교, 고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첫 아이 초등 1학년 때 만난 엄마들이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로 계속 연락하고 아이 문제도 함께 상의하는 등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처음에는 새겨듣지 않았다. 그런데 2학년이 되어 보니 정말 새로운 엄마들과의 네트워킹을 만들 기회가 거의 없다. 나도 그렇고 다른 엄마들도 1학년 때 친했던 모임에 나가게 되고, 새로운 관계 형성 보다는 현재의 돈독한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하는 쪽에 무게를 더 싣게 되는 것이었다.
엄마 네트워크에 힘을 쏟을지 말지는 엄마의 결정이다. 단, 우리 아이의 학교 엄마들과 휴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초등 1학년, 이 시기가 가장 최적의 시기임을 말하고 싶다.
열심히 뛰어보자. 초등 1학년 맘 파이팅!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 / 정인아
제일기획에서 국내 및 해외 광고를 기획 하고, 삼성탈레스 해외 마케팅,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즐기는 육아’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 <난 육아를 회사에서 배웠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육아/교육 칼럼 블로그 m.blog.naver.com/inah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