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 계열구조 단순화·JY 그룹 장악력 확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전격 합병 결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합병 결정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질적인 그룹 장악력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이슈분석]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 계열구조 단순화·JY 그룹 장악력 확대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후 이 회사 매출은 2014년 기준 34조원에 달한다.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료를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서비스 기업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삼성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 사업도 강화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해 지분 합계가 51%를 넘는다.

사업 시너지 이외에 삼성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회사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최고 정점에 위치한다. 기존 삼성그룹 계열사 출자현황을 보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 합병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다. 합병회사 전환 시 지분은 16.5%가 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각각 7.8%씩 보유하고 있는데, 합병 후에는 합병회사 지분 5.5%씩을 갖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갖고 있는 제일모직 3.4%, 삼성물산 1.4%는 합병회사 지분 2.9%로 변화한다. 합병 회사에서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은 30.4%로 여전히 굳건하다.

합병이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현재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등으로 다소 복잡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게 되면서 합병회사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로 삼성의 계열구조가 단순화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회사의 지분 16.5%를 갖는다. 합병회사의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0.6%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두 자리 모두 삼성그룹 내에서 상징성 있는 자리다.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하면서 ‘JY의 삼성’으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분석업체 한 CEO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생명과 전자를 지배하는 단순한 계열 구조를 만들었다”며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1년여간 계열사의 합병과 매각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왔다. 제일모직 소재부문-삼성SDI 합병 결의(2014년 3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결의(2014년 9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2014년 11월), 삼성SDS 상장(2014년 11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한화그룹으로 매각 결정(2014년 11월), 제일모직 상장(2014년 12월) 등이다.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사업부문의 재편과 시너지효과를 노린 조치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관련 행보 대부분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이 깊다. 주력산업에 집중하면서 비주력 부문은 매각하는 ‘사업 집중화’ 경향도 나타났다.

앞으로도 삼성의 사업과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강화와 맞물려 다양한 가정을 내놓고 있다.

삼성의 지주회사 시나리오는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홀딩스(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제일모직 또는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 삼성생명을 금융중간지주회사, 제일모직을 제조부문 중간지주회사로 각각 전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중이다. 이 회장 보유 지분의 상속 시점, 삼성 3세대로 꼽히는 3남매간 그룹 내 역할 정리, 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 등도 재계의 주 관심사로 꼽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