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 이후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 중이다. 특별법을 시행하기까지 약 5년이라는 험난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지역 경쟁력이 나라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에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동참하고 있는 추세다.
기관 이전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주거편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굳게 믿는다. 가장 먼저 지방이전을 선택하고 올해 4주년을 맞은 우리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경험담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사성폐기물관리 전담기구로 2009년 설립돼 지난 2011년 초 자발적으로 본사를 경주로 옮겼다. 중저준위 방폐장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중저준위 방폐장 사업은 부지 선정에서 19년이란 긴 시간과 시행착오가 소요된 국가적 갈등사업이었다. 경주시와 경주 시민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중저준위 방폐장을 어떻게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사업주체인 우리 공단직원들이 직접 거주도 하면서 상세히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폐교를 최소한만 리모델링해 정감 넘치는 마룻바닥 사무실에서 지역과 호흡한 지 어언 5년, 원자력환경공단은 명실상부한 경주의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자부한다. 더불어 이런 결정은 공공기관의 자발적인 첫 지방 이전 사례이자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설립 직후부터 신입직원 20%를 지역주민으로 할당해 선발한 노력 덕에 경주 인재 비중은 37.5%, 비수도권 인재 비중은 60% 에 달하며 이들은 어느새 공단의 든든한 차세대 리더로 성장했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지난 연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용승인을 받아 올해 6월 준공식과 본격 운영을 앞두고 있다. 나는 환경관리센터장으로서 올 상반기 ‘방폐장 종합시운전’을 인수, 운반, 검사, 처분 전 과정을 실제와 동일한 조건에서 수없이 반복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사업추진 30년 만에 문을 여는 국내 첫 방폐장인 만큼 지역주민과 국민이 직접 눈으로 안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본격 운영에 앞서 시설개방 행사를 진행 중이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할 수도 있고 지역 주민은 직접 초청을 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달 방문객만 800명이 넘어섰다.
지난 중저준위 사업을 돌아봐도 소통이 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시행하는 주체는 공공기관이지만 사업 성패는 수요자인 국민을 어느 만큼 만족시키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경주 방폐장은 ‘환경관리센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경주 시민과 소통하고 있다. 환경관리센터 주변은 경주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 친환경 테마공원인 ‘코라드 청정누리 공원’과 방문객 센터인 ‘코라디움’이 건설돼 관람과 체험이 가능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코라디움에는 방폐물 관리사업 이해부터 인근 지역 역사를 알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앞으로 지역민과 함께하기 위해 각종 문화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방폐물 사업을 투명하고 원활하게 추진하는 믿을 수 있는 경주 기업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시민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환경관리센터로 거듭난 경주 방폐장 주변지역을 경주 시민, 나아가 국민 모두와 함께할 수 있는 명소로 가꿔나갈 것이다.
신뢰로 만들어진 지역민과 기관의 관계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게 하며,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정성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환경관리센터장 jungstae@kora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