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학계 "700㎒ 방송 할당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

한국통신학회와 한국전자파학회, 대한전자공학회, 한국정보과학회 통신 분야 대표 4개 학회가 700㎒ 주파수를 특정 기득권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주파수 활용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개 학회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700㎒ 유휴주파수대역 활용에 대한 학계의 의견’을 발표했다.

4개 학회(이하 학회)는 “주파수 활용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특정 분야 기득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700㎒ 주파수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성명서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학회는 “향후 20년 이상 대한민국 통신 및 전파산업, 더 나아가 전자 및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성명서에서 “아날로그TV를 디지털TV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700㎒ 유휴주파수대역을 지상파 초고화질(UHD) TV에 활용하려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와 주파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국가 간 전파간섭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정 국가에서만 사용하는 주파수를 이용하는 통신기기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지 못해 주파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파수 활용 권고는 ‘단순 권고(recommendation)’여서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ITU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은 없지만, 국제조화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국내 ICT 업계가 국제적인 고립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반론을 제시했다.

학회는 “현재 지상파로 직접 TV를 시청하는 가구는 6.8% 정도로 그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지상파 UHD TV 서비스로 직접 수신을 높여 가겠다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동통신을 대부분의 국민이 이용하고 있고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7%도 안되는 대상을 위한 서비스와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중 어떤 것이 더 보편적이고 공익성이 있는지는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으로 1년 넘게 진행했던 ‘700㎒ 활용방안 연구반’ 연구결과에서 통신용으로 활용했을 때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며 “귀중한 주파수 자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점을 무시한채 주파수를 UHD TV용으로 할당하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정책방향”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 시대는 전파자원이 가장 중요한 사회 인프라가 되고 있고 전파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태동하고 있다”며 “선진 각국은 ICT 분야에 충분한 주파수대역을 확보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오히려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기술적 진보에 따라 기존 방송주파수 대역만을 이용해도 UHD TV 방송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700㎒ 유휴주파수대역을 지상파 UHD TV로 할당하려는 것이 올바른 정책적 선택인지는 심각하게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