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갈등]<중>사면초가 유료방송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간 갈등을 촉발하는 핵심 쟁점은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이다. 특히 가입자 당 재송신료(CPS)는 방송업계 뇌관이다.

[지상파-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갈등]<중>사면초가 유료방송

케이블방송과 IPTV는 현재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재송신하는 대가로 지상파 3사에 각각 매월 CPS 280원을 지불하고 있다.

KBS1과 EBS는 현행 방송법상 의무 재송신 채널이다. 하지만 KBS2, MBC, SBS 채널은 유료방송이 해당 지상파 방송사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재송신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이 재송신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가로 CPS를 요구하는 근거다.

CPS 산정 기준을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게 갈린다. 지상파는 유료방송이 지상파 콘텐츠로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제값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료방송은 지상파 방송이 난시청 해소 등 지상파 콘텐츠 보급에 공헌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재송신 계약 갱신 때마다 양측은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을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은 지난해부터 재송신 계약이 만료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실시간 재송신 CPS 280원을 최고 400원(국민관심행사 대가 50원 포함)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유료방송은 합리적 근거나 구체적 산정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산출한 금액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상파는 재송신 계약이 만료된 한 MSO를 상대로 지상파 콘텐츠가 포함된 상품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실시간 방송에 국한됐던 콘텐츠 대가 분쟁은 최근 주문형비디오(VoD)로 번졌다. 지상파 방송이 그동안 정액 방식으로 공급한 무료 VoD(SVoD) 계약 방식을 홀드백(무료 전환) 기간에 따른 차등적 CPS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실시간 방송에 이어 비실시간 VoD 콘텐츠 대가를 인상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면서 유료방송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지상파 요구를 받아들이면 현재와 동일한 3주 홀드백 계약 기준으로 1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케이블방송·IPTV 업계는 지상파에 지불하는 콘텐츠 대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무엇보다 양측이 합의한 합리적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유료방송 플랫폼 다양화로 사업자마다 가입자당 매출(ARPU)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지상파가 일방적 기준으로 요구하는 콘텐츠 대가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재 2개 채널에 불과한 의무 재송신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자 간 갈등 탓에 블랙아웃(송출중단) 등 시청자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간 재송신 협상이 지연돼 KBS2 채널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의 보편적 시청권과 유료방송의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무 재송신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콘텐츠 제 값 받기 현실화를 위해 방송업계가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