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66>금융권 인력 구조 조정 방안

[이강태의 IT경영 한수]<66>금융권 인력 구조 조정 방안

지금 금융권 인력구조는 항아리 형태다. 직급에서는 차장 수가 가장 많다. 밑에서 자동으로 올라오고 위는 막혀 있기 때문에 차장 직급에 모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항아리 구조를 조정해서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위로는 명예퇴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아래로는 신입직원을 예년보다 많이 뽑아서 위를 줄이고 밑변을 넓혀서 궁극적으로 피라미드로 만든다고 한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너무나 순진하고 단편적이다. 어디선가 신입직원을 많이 뽑으라는 압력이 들어 와서 어차피 뽑아야 할 거니까 외견상 그럴듯하게 논리를 만든 모양이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첫째 질문은 왜 항아리 형태가 됐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금융권의 수익성은 계속 나빠졌다. ROE도 그렇고 ROA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1인당 생산성도 낮아졌다. 당연하게도 신입사원 채용을 줄였다. 또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은행원들이 퇴직해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을 포기했다. 그냥 오래오래 다닐 생각을 하다 보니 점점 밑변이 줄고 위가 커져 항아리가 된 것이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뱅킹, ATM, 핀테크, 대면인증철폐, 인터넷 은행과 같은 전체적인 금융업 발전방향이 지점 역할이 줄고 본부 역할이 커지는 쪽이다. 지점이 줄고 본부로 집중되면 당연히 인력이 준다. 같은 일을 여러 곳에서 하는 중복업무가 줄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력 과잉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둘째 질문은 꼭 피라미드가 좋은 것인지다. 이 얘기는 항아리가 꼭 나쁜 것인지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이의 대답은 금융업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돼 갈 것인지 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지점 소매영업으로 이자 수입위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수수료 수입을 크게 늘릴 것인지를 볼 필요가 있다. 지점을 점진적으로 줄일 거라면 오히려 항아리 형태가 더 나을 수 있다. 소매영업 경험이 풍부한 본부 직원들이 상품을 만들고 고객을 온라인으로 지원해야 한다면 피라미드보다는 항아리가 더 낫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날이 더워서 얼음이 녹고 있는데 조각칼로 인위적으로 여기저기 깎아서 형태를 만들려고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계속 조각칼로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 내는 동안에 얼음은 다 녹고 만다.

셋째 질문은 지속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는 이미 세계적인 사회 현상이다. 어느 조직이나 예전보다는 늙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도전을 멈추는 데 문제가 있다. 문제 해결은 고령화된 조직을 어떻게 도전적인 조직으로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회 전체가 희끗희끗 고령화돼 가는데 금융기관만 푸릇푸릇하게 갈 수는 없다. 단지 나이 들었다고, 오래 근무했다고 명예퇴직 대상이 돼야 한다면 사회 현상에 역행하는 것이다.

사실 회사는 고령화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임금 체계가 문제다. 근무 연수 따라 자동 승급을 하고 연봉도 오르고 복리후생 수여액이 늘어나는 지금의 임금 체계가 더 큰 문제다. 임금체계를 못 바꾸다 보니 자꾸 나이와 근무 연수에 근거해서 연봉 많은 사람을 목표로 해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일자리를 서로 나누고 있다. 주 4일 근무도 줄여서 주 3일로 하고 대신 파트타이머를 더 뽑아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가능 하려면 신축적인 임금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 .

넷째 질문은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뽑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지금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고참 직원들도 다 푸릇푸릇한 신입직원 시절이 있었다. 이들이 젊은 시절을 은행에서 보내고 난 뒤 이제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과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 인사관리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 신입직원을 뽑는 것은 임금 피크제, 명예퇴직 후보자들을 뽑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 된다. 금융산업이 뿌리째 바뀌고 있는데 공채로 한꺼번에 많은 신입사원을 뽑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

결론은 1인당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생산성 올리는 것을 분자인 수입을 늘리지 못하고 분모인 인원을 줄여서 올리는 것은 매우 안이한 발상이다. 왜 지금의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은 일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단지 구조로만 보고 외양만 그럴듯하게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지금의 생산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하려면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명예퇴직보다는 강력한 성과급제로 바꿔서 나이가 아닌 성과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로 갈 필요가 있다. 나이든 직원들도 성과를 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과만 좋으면 나이가 들었어도 정년퇴직 때까지 눈치 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성과급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성과급을 해도 일부 배 째라는 직원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인사관리 방식, 임금 구조를 그대로 놔두고 강제적으로 구조를 맞추는 방식은 회사나 노조나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우리 새내기 젊은이들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