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과 생명, 재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화평법과 화관법 시행으로 화학물질을 제조하고 유통·사용하는 관련 산업 현장은 매우 어려운 처지다. 정부는 그동안 충분한 준비 시간을 줬다고 얘기하지만 업계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솝 우화 중 연못에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법을 제정하면서 한두 줄 끼워 넣은 규제에 문을 닫는 업체가 생길 정도로 산업 현장은 심각하다.
정부가 최근 산업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개정 작업에 나서는 만큼 몇 가지 의견을 제안해 본다. 우선 유사·중첩된 법은 줄이자. 관련 담당 공무원의 공장 방문 건수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화평법·화관법·산안법·가스 안전법·유독물 관리법·소방법 등 관련 공무원이 한 달에 여섯 차례 이상 방문하는 실정이다.
법은 큰 틀의 선언적 방향을 제시하고, 시행 규칙에서는 세세한 규제를 없애자. 유기화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수만 가지 다양한 화학물질의 생산·운송·취급 방법을 시행 세칙으로 다 담아 낼 수 없다.
화학물질은 그 물질을 다루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안전 부분도 업종별, 크기별로 현장에 맞게 과감하게 업체 자율에 맡기고, 환경부는 보고를 받으면 된다. 화학물질을 물량 기준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업종별, 크기별로 달리해야 한다.
또 ‘가등록’ 제도를 적극 활용해 보자. 현재 프로세스로는 등록 기간만 무려 4~6개월 걸린다. 기존에 잘 알려진 문헌 자료를 적극 활용해 등록 신청을 받고, 미비한 점을 추후 보완 등록받도록 하면 된다.
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방법도 절실하다. 영향 평가는 시뮬레이션해 사전 예측하고 독성이 우려되거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때는 추후 보완 요청을 해 기업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급독성은 판단이 빠르지만 만성 독성은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정부가 시행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상 산업계에선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불만 소리를 했다간 이른바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치 아픈 사람에게 ‘왜 소란스럽냐’며 따지고 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물어보고 적극 치료해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윤식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ysle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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