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금`이 만드는 미학

[기자수첩]`조금`이 만드는 미학

올해 기자협회보에서 ‘기자는 OO다’는 기획을 했다. 많은 기자들이 기자는 ‘물음표, 사관, 역사’ 등으로 표현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바로 ‘기자는 장그래’라는 비유였다. 가진 스펙이 없어도 현장에 뛰어들고 허둥대는 인턴사원처럼 부족한 경험에도 꿋꿋이 버틴다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 중에 눈에 들기 위해서는 이처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대중이 환호하는 문화를 재빠르게 읽어낸 센스에도 감탄했다.

WIS 2015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한국의 CES라는 표현답게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많은 기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핑거링을 출시한 ‘억스(AAUXX)’라는 기업이 흥미로웠다. 커다란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중국에서 모방제품이 나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억스 대표는 모방제품이 이미 숱하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모방에 대한 ‘걱정과 우려’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는 핑거링의 먹거리를 기업 간 거래(B2B)와 사용성 확장에 뒀다. 네이버, SK텔레콤 등 유수 기업이 직원이나 소비자에게 핑거링을 선물용·마케팅용으로 제공했다. B2B 매출은 전체의 60%가 넘었다. 이 작은 핑거링의 올해 매출 목표는 60억원이다. 생각의 틀을 바꾼 마케팅으로 비즈니스 차별화에 성공했다.

비슷한 사양과 색상의 스마트폰이 넘치는 시대에 대기업도 차별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을 선보였다. 1000대 한정판인 에디션은 미국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20배 비싼 가격인 20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아이언맨 에디션으로 S6 바람을 다시 한 번 일으켰다.

매년 시장에 소개되는 신제품 2만여개 중 성공하는 브랜드는 200여개다. 3년간 생존하는 브랜드는 20개에 불과하다.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면 생존할 수 없다. ‘조금’만 달라도 된다. 그 조금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날로 치열해져 가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살길은 결국 ‘차별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