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갈등]<하>팔짱만 낀 정부

지상파 방송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1기 방송통신위원회부터 불거졌다. 2기 방통위는 의무 재송신 채널 범위 확대 등 업계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3기 방통위는 구체적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블랙아웃처럼 시청자가 직접 피해를 볼 수 있는 사안에만 개입한다는 방침이다.

[지상파-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갈등]<하>팔짱만 낀 정부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직권조정제도 △방송유지·재개명령권 △재정제도 도입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송사업자 간 콘텐츠 대가 분쟁이 지상파 블랙아웃(송출중단)으로 번지는 사태를 사전에 차단해 국민 시청권을 보호하겠다는 포석이다. 개정안은 지난 4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방통위 개정안을 환영하면서도 의무 재송신 범위와 합리적 재송신료 산정 기준 등 추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이 사후약방문식 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상파 재송신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재송신료(CSP)가 재계약 시점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부가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데 소극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지상파가)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가격을 매기고 해마다 인상률을 높이는 것은 정상적 판매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명확한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은 정부 개입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 간 계약에 개입하면 시장 논리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이 상호 합의한 계약에 근거한 협상을 거부하면서 규제기관 개입을 요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정부가 재송신 계약을 강제하면 유료방송 협상력만 강화하는 효과로 귀결될 것”이라며 “방송사 사업권과 영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적 책무를 지닌 방송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자에게 시장을 맡긴 탓에 지상파에 편향된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국민 시청권을 위협할 수 있는 사업자 간 콘텐츠 대가 분쟁이 수차례에 걸쳐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해 화를 키웠다고 토로했다. 지상파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지역민방과 지역SO·위성방송 등 사업자 간 소송전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가 관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모두 기업 비밀을 이유로 (재송신)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CPS 체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해석을 내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사업자 간 협상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