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신경 보철 장치를 이식, 생각만으로 인공 로봇 팔(의수)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술이 실현됐다. 13년 전 총상을 입고 목 아래가 마비된 30대 청년이 로봇 팔로 부드럽게 손을 흔들고 물을 마시거나 가위바위보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켁크 의대, 란쵸 로스 아미고스 국립재활센터 연구진은 뇌의 운동 피질이 아닌 후방 두정엽으로 신경 보철 장치를 연결해 보다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신경 보철 장치는 주로 뇌에서 운동을 관장하는 운동 피질로 이식이 이뤄졌다. 대뇌 반구에서 중심구 앞쪽에 있는 신피질 영역으로 수의적 근육 운동을 통제하는 부분이다. 운동 피질에 이식한 신경 보철 장치로는 동작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동작 자체를 세세하게 생각하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운동을 직접 관장하는 부분이 아니라 동작을 만드는 초기 의도가 형성되는 후방 두정엽에 주목했다. 후방 두정엽에서 형성된 의도는 운동 피질로 전달되고 척수를 통해 실제 동작이 수행되는 팔과 다리로 전달된다. 운동 실행에 대한 상세한 내용보다 무엇을 의도했는가를 알 수 있는 운동 계획과 연관된다.
환자는 임상시험에서 단순히 전체적인 동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움직임을 시연했다. 눈앞의 컵을 잡기 위해 팔을 올리고, 컵 주위를 손으로 감싸기 등 세세한 동작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있는 컵을 잡고 싶다’는 동작 목표를 생각하는 방식이다.
향후 후방 두정엽 신호를 활용해 보다 쉬운 환자 재활과 부드러운 동작 구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뇌졸증 환자부터 뇌 손상, 루게릭병,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마비 환자까지 신경학적 문제를 겪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