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유전자 조작 기술로 되살아난 공룡들이 인간을 습격한다.
지난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쥬라기 공원’을 뛰어넘는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가 이달 국내에 개봉한다.
흉포함과 공격성은 물론이고 지능까지 갖춘 초대형 하이브리드 공룡이 인간을 위협한다. 쥬라기 공원 폐쇄 이후 22년만에 새롭게 개장한 새로운 공룡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의 이야기를 담았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그동안 티라노사우루스 등 육식공룡이 인간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스릴 있는 영상을 연출했다. 쥬라기 월드는 다양한 동물 유전자를 조작해 창조한 새로운 공룡 종(種)이 등장한다. 여러 동물의 우월한 유전자를 융합해 재탄생시킨 공룡이 인간처럼 지능을 갖추고 진화한다는 설정이 관객에게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쥬라기 월드는 인간이 유전자 복제·조작 등 생명과학 기술로 멸종한 공룡을 복원한다는 일종의 공상과학(SF) 영화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한 공룡 복제 기술은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벽하게 보존된 공룡 DNA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개체를 복제하기 위해 필요한 ‘살아있는’ 공룡의 난자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1편 쥬라기 공원에서는 화석이 된 모기 체내에서 공룡 DNA를 추출한다. 학계는 영화 속 장면(호박에 갇힌 모기)이 실제로 발견돼도 수천만년에 걸친 기간 동안 공룡 DNA가 함께 화석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염기배열이 변형되는 DNA 특성상 공룡 DNA도 소멸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설령 모기 체내에 공룡 DNA가 남아있다고 가정해도 모기 DNA로 오염돼 공룡 DNA만 따로 분리·추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생명과학계는 멸종된 생물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약 3300년전 멸종된 매머드를 부활시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매머드 부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북극 빙하 속에서 얼어붙은 채 발견된 매머드 사체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복제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국내외 학계는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 자연파괴 등으로 멸종된 생물을 재생시키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 ‘창조주’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생명과학기술이 ‘쥬라기 월드’처럼 인간과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위적으로 복원한 동물이 어떤 생태계를 구성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원한 동물을 어디서,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도출되지 않았다.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하는 포식종이 등장해 기존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할 가능성도 있다. 유전자 조작에 따른 생명 윤리에 관한 논란도 예상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