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문화부 장관 “콘텐츠 산업, 中과 같이 성장해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현장에서 몸소 겪은 체험, 게임 스토리와 개발자 이름까지 술술 나왔다. 목소리에는 장관 책임감과 현장 베테랑의 소신이 함께 묻어났다. “전문가 앞에서 서툰 정책을 낼 수 없다”는 직원의 불평 섞인 칭찬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그에게 지난 9개월은 결코 쉽지 않은 기간이었다. 연이은 악재에 시달린 부처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장관이라는 직책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정공법을 택했다. 차분히 조직을 정비하고 현장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추진했다.

문화부는 다시 중심을 잡았다. 이제 속도낼 일만 남았다. 각종 규제와 열악한 대외 환경, 취약한 산업 생태계에 허덕이는 문화·콘텐츠 업계를 지원하는 일이 급선무다. 김종덕 문화부 장관을 만나 그간 소회와 계획을 들었다.

-장관 취임 9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변화가 있었다면.

△장관 취임 후 대학 교수 때와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장관이 되니 말 한 마디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교수 시절 학생에 제한됐던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지금은 회복됐지만 취임 초기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도 많이 빠졌다.

지난해 10월 조직개편을 했다. 실장 중심 체계로 전환한 것은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미다. 잘 할 수 있는 실장에게 믿고 맡겨야지 장관 혼자 스트레스만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부 부처 평가에서 소통 비중을 늘린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정책 문제 책임이 대통령에게 돌려지는데 실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는 것은 각 부처 장관이다. 장관이 얼마나 많이 국민·언론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 공보처 시절만큼 인력이 뒷받침 되지는 않는다. 보강이 필요해 국정홍보 및 언론협력을 담당할 차관보를 신설, 임명하고 홍보협력관 선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국민 소통 경로를 다양화한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새로운 뉴스 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관련 환경을 어떻게 보는가.

△이용자가 자율 선택해야 하는 부분을 네이버 등 포털이 지정하고 있다. 선호하는 카테고리를 정해 ‘여기에서 봐야한다’는 방식은 정보 개방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인터넷 문화가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과거 싸이월드가 흥행에 안주하면서 페이스북, 트위터에 밀렸다. 네이버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우리 콘텐츠 산업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최근 면세점에서 MCM가방이 큰 인기다. 한류 드라마 영향 덕분이다. 콘텐츠 수출이 100달러 늘면 소비재 수출이 412달러 증가한다는 분석이 있다. 콘텐츠 영향력이 일반 상품 판매로 연결되는 것이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부처 간 콘텐츠 투자 확대를 협력하자는 논의를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반 상품 수출 여건이 좋아졌지만 우리 콘텐츠 확산에 중국의 폐쇄적 정책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다른 주요 정책 중에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이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여러 아이템을 묶었을 뿐 새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애플 아이폰이 혁신을 대표하지만 사실 여기에 접목한 기술도 대부분 기존 것이다. 무엇이든 어떻게 묶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콘텐츠코리아랩 등이 연결되는 것이다.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양성된 인재가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지원받고 문화창조융합센터를 통해 콘텐츠를 개발하는 형태다. 문화콘텐츠 기획에서 제작-유통-확산으로 이어지는 창조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콘텐츠 가운데 영화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고 우리도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감시·관리를 지속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공정위에 건의할 것이다. 주요 시간대에 할리우드 영화로 도배하고 비인기 시간대에만 한국영화를 배정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우리 영화 산업이 지속 발전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 없이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 지는 미지수다. 기업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 스크린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해외 진출이 어려운 것은 배급망이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권에서라도 배급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에 아시아권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이 논란이 됐다.

△기본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도 관객수, 위상 등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20회를 맞는다. 이제는 자립 기반을 갖춰가는 시기라고 본다. 지난해 이만큼 지원했으니 올해도 그 정도 돼야 한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 실적을 평가해 지원해야 한다.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도 늘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국내 저작권 침해 문제는 개선되고 있다. 불법복제의 합법시장 침해율이 2008년 22.3%에서 2013년 16%로 줄었다. P2P를 통한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불법 콘텐츠 유통은 키워드 등을 활용해 차단을 추진 중이다.

해외 저작권 침해가 문제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우리나라 방송을 실시간 시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 사전심의제를 도입해 불법 유통이 늘었다. 한 편당 30만달러까지 매겨졌던 우리 콘텐츠 가격은 10만달러로 떨어졌다.

문화부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 해외저작권센터를 두고 감시하고 있다. 역량을 제고하고 센터도 늘릴 계획이다. 중국 국가판권국과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 노력도 필요하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중국이 우리나라 영상산업, 게임 등에 많이 투자하고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계할 일은 아니다. 역지사지로 중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과거 우리나라도 할리우드 영화 진입에 많이 저항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중국이 느끼는 불안감을 이해해야 한다.

양국이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과 일본이라는 선진 시장을 벌집으로 볼지 꿀단지로 볼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부정적으로 보면 다 벌집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꿀단지다.

-우리 게임 업계는 어떤 상황에 있다고 평가하나.

△과거 게임 업체를 이끌었던 만큼 게임에 애정이 크다. 게임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게임 회사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LoL)처럼 대형게임 시장을 해외 게임이 점유하는 등 시장 상황도 변했다.

문제 중에 하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퍼블리싱 업체 수수료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다음카카오 등이 게임 개발사에서 수수료를 많이 가져간다. 목돈은 퍼블리싱 기업이 가져가고 게임 개발사는 너무 적은 돈을 받는 게 아닌지 지켜보고 있다. 불공정 거래가 있다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게임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광고로 게임을 알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몰라서 접촉을 못한다. 마케팅 비용 때문에 인수합병(M&A)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중견기업이 많이 생길 수 있고 협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퍼블리싱 업체도 수수료를 많이 못 받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게임 플랫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가상현실 등 끊임없이 새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실 스마트TV 시장은 잘 모르겠다. 나도 이 분야 게임 제작에 참여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곧 시장이 열린다”는 말이 있었음에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어렵다는 의미가 아닐까.

시장과 플랫폼 변화에 맞춰 젊은이가 새롭게 도전할 필요가 있다. 일반 모바일 게임은 레드오션이다. 젊은이가 사업에 뛰어들려면 틀을 깨는 새로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의 맛을 보게 되면 레드오션에서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게임 업체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동안 게임 업체는 투자에 게을렀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 돈을 썼다. 게임처럼 창조적인 시나리오와 그래픽, 기술을 융합하는 분야는 사람이 답이다. 그동안 게임 업체가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 정부도 게임마이스터고 개교를 지원하는 등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재 양성뿐 아니라 게임 업체는 건강한 게임 제작에 노력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철학이 있고 깊이가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울티마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게리엇이 존경 받는 이유는 철학 때문이다.

건강하고 철학있는 게임으로 산업 파이를 키워야 한다. 게임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시장에서 세계를 석권했던 나라다. 사회적 책임감도 성숙해졌기를 바란다.

-게임 업계 현안인 이중과세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중과세 문제는 개선해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관련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

-한중 FTA 정식서명이 이뤄지는데 콘텐츠의 중국 진출 확대 전략은.

△비교우위에 있는 K팝이나 뮤지컬 등 공연 콘텐츠가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영화와 방송영상 분야는 협력으로 중국 규제를 극복할 계획이다. 중국 법률 개정과 집행 상황을 관찰하면서 필요하면 한중 FTA 지재권위원회를 통해 FTA이행을 강력 요구하겠다. 콘텐츠 분야는 향후 추가협상이 예정돼 있는데 중국 콘텐츠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치밀한 협상전략을 마련해 추가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