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금융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부문에 이어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도 추진한다. 회사 중심축을 제조업으로 리모델링하겠다는 포석이다.
GE가 자사 미국 GE캐피탈 소비자금융(commercial-lending) 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경매를 시작했다고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최초 경매개시 가액은 400억달러(약 44조5280억원)다. 매각 작업은 크레딧스위스그룹AG와 골드만삭스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사업부를 통째로 넘기거나 분할해 파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까지 입찰에 참여한 잠재적 경쟁자는 토론토-도미니언뱅크, CIT그룹(CIT Group), 앨리파이낸셜, 웰스파고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나 사모투자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은 미 GE캐피탈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미 GE캐피탈은 미국 금융업계 7위로, 이 사업과 함께 중소기업 대출, 중개대출 등 총 3개 부문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은 이 회사 전체 자산 규모인 740억달러(약 82조3768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GE는 미 GE캐피탈의 중소기업 대출 사업과 중개대출 사업 부문도 정리 중이다. 앞서 중소기업 대출 사업은 투자은행 웰스파고와, 중개대출 사업은 알려지지 않은 잠재적 인수자와 각각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올 하반기 거래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매각 작업은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 일환이다. GE는 앞서 금융 서비스 부문인 GE캐피탈의 최대 75%를 정리하고 본연 사업인 제조업에 집중할 계획을 발표했다. GE의 금융 서비스 부문은 전 세계 합산 규모가 총 5000억달러(약 556조600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향후 2년간 이 가운데 현금 등을 제외한 2000억달러(약 222조6400억원)를 정리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회사의 123년 역사상 가장 거대한 구조조정 계획이다.
GE캐피탈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GE의 연간 수익 절반 가량을 냈다.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자기자본수익률(ROE) 20%대, 그룹 수익 기여도는 40%대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GE캐피탈이 720억달러(약 80조1504억원) 규모 기업어음(CP)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등 버블 붕괴때마다 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당시 GE캐피탈은 31년만에 처음으로 주주 배당을 줄였고 GE의 신용등급도 무디스 기준 최고등급(AAA)에서 ‘Aa2’까지 내려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규제가 심화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FRB는 최근 금융회사의 레버리지와 수익성을 제한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특별 감독할 중요 금융회사(SIFI)를 지정해 별도 건전성을 검사·감독한다. SIFI는 금융 사업이 전체 수입의 85% 이상으로 금융위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가리킨다.
GE측은 금융 사업을 정리한 뒤 사업 중심축을 다시 제조업으로 굳히겠다는 목표다. 항공기, 에너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 헬스케어 사업을 육성한다. 금융은 포함한 나머지 사업은 모두 청산한다. 특히 전체 수익에서 고부가 사업 비중을 지난해 58%에서 오는 2018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