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경륜(經綸)

[프리즘]경륜(經綸)

경륜(經綸). 많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했다. 천하를 사리에 맞게 잘 다스린다는 뜻으로도 해석한다. 경륜은 젊은 사람보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 연마한 전문가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경륜을 갖춘 전문가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할까.

고령화 사회가 확대되면서 건강하면서도 경륜을 갖춘 사람은 계속 늘어난다. 우리 사회는 애석하게도 경륜을 갖춘 전문가를 은퇴한 퇴직자 정도로만 여긴다. 많게는 40년간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아무 쓸데없이 돼버린다. 경륜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정보화 분야도 그러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우리나라 기관과 기업 정보화를 이끌던 수많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대부분 퇴직자가 됐다. 기관이나 기업에서 기능 재부를 하는 퇴직 CIO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 CIO는 소규모 커뮤니티에 참석하거나 가정에서 보낸다. 정보화 초기를 겪으며 경험한 수많은 노하우가 사장된다.

은퇴한 CIO 경륜을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이 급하다. 경륜을 재능기부 형태로 활용하는 것도 해법이다. 최근 공공기관 정보화 담당자는 SW산업진흥법 시행 후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대형 정보화 프로젝트 관리가 어렵다는 말을 종종한다. 내부 담당자도 사업자도 모두 대형 프로젝트 경험이 없어 사업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험 많은, 경륜 있는 CIO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대형 정보화 프로젝트 기간 동안 은퇴한 CIO가 프로젝트관리자(PM) 대상 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형식적 자문이 아니라 상주하면서 그동안 경험한 많은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게 역할과 책임을 부여한다.

경륜을 갖춘 은퇴한 퇴직자는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사람이 있다. 경륜을 단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장시키기에 국가 손실이 크다. 정부도 단순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하면서 실버 일자리 창출이라 자랑하지 말고 여러 부처와 협력하자. 경륜이 필요하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