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하면서 양국 간 자유무역시대가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비준 절차가 남아있지만 시간 문제일 뿐 협정문 백지화나 재협상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관건은 실제 발효까지 남은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해 FTA 활용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출발 총성이 울릴 때 빠르게 뛰어나갈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중국은 13억 거대 내수시장을 가진 우리나라 최대 교역 파트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이다.
한중 FTA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FTA 발효 즉시 중국과 무관세로 거래할 수 있는 품목 교역액이 수출 730억달러, 수입 418억달러에 이른다. 한미 총 교역액 1030억달러를 웃돈다.
정부가 전문연구기관과 실시한 한중 FTA 영향평가에 따르면 실질 GDP는 한중 FTA 발효 후 5년간 0.30%, 10년간 0.96%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관세철폐 효과를 정량 분석한 것이다. 서비스 시장 개방, 무역장벽 해소, 투자유치 활성화 등 정성적 측면을 고려하면 실제 긍정적 효과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많은 국내 중소기업이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도 마련된다. 거대 내수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져 생활가전·패션·고급식품 등 주요 소비재 품목 수출이 늘어난다. 한류와 연계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확산이 가능하다.
제3국 한국 투자가 확대되는 것도 한중 FTA 기대효과 중 하나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한 데다 FTA를 체결했다는 점은 해외 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장점이다. 한국을 중국 시장 진출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제3국 기업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 정부가 FTA 확산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글로벌 FTA 허브국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중국과 FTA가 발효되면 글로벌 기업 한국행이 잦아진다. 실제로 글로벌 맥주업체 A사는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생산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의 우수한 연구개발(R&D) 시스템과 기업 네트워크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데다 항만이 가까워 중국 진출에 유리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한중 FTA로 얻는 교역·투자 활성화 기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다. 외관상 중국 시장 빗장이 열리지만 모든 분야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FTA 협상 방침상 농산물 시장 보호가 우선 순위다. 상대적으로 제조업 등 주력 수출산업에서 공세적 이익을 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중 FTA도 마찬가지다. 주력 수출품목인 LCD 패널 관세는 발효 후 9년차부터 감축된다. OLED, 이차전지, 대형냉장고 등은 관세인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20년 장기철폐 품목으로 정리됐다.
디스플레이 패널 등은 중국이 우리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는 분야다. 시장 개방이 지연될수록 중국으로서는 유리하다. 한국 제조업이 중국에서 지금과 같은 수출 실적을 유지하려면 정부 차원 지속적 연구개발(R&D) 지원과 부품 생태계를 개선하는 생산공급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 수출기업이 한중 FTA 과실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과제다. 중소기업은 조직이나 인력 측면에서 FTA 활용 역량이 부족한 편이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FTA 활용률은 60%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중국 진출 시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 때문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조업 분야 수출 시 복잡한 시험인증절차에 비용과 시간을 낭비했다. 사전 정보가 부족하고 전담 인력과 경험도 미흡한 탓이다. 한중 FTA로 국제공인 시험성적서 상호 수용과 시험인증기관 간 상호 인정 협력이 강화되지만 실제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시험인증 등 수출기업 ‘손톱 밑 가시’를 적극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민이 한중 FTA 혜택을 더 빨리, 더 넓게 누리도록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대책’ 등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화대책은 지난 2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한중 FTA 활용 및 경쟁력 강화 방향’과 진행 중인 산업별 영향 평가 결과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다. 한중 FTA 효과 조기 구현을 위한 △수출 유망 품목 신규 발굴 △비관세장벽 해소 및 신속 통관 지원 △해외 투자유치 확대 △산업별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업종별로 상이한 시장 경쟁 환경과 FTA 협정문 조항을 감안해 맞춤형으로 꾸려진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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