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뭉클해지네요.”
전자신문 1일자에 실린 ‘팬택 마지막 조립현장’ 기사를 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애독자가 보내준 문자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팬택 직원 17명은 노트북용 통신 모뎀 2380개를 생산하기 위해 지난주 김포공장에 모였다. 전자신문 보도에 독자 반응은 뜨거웠다. 이제는 팬택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마지막 조립작업에서 가졌을 그들의 회한과 간절함이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정치권에서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갈팡질팡하던 사이, 세월호 후유증으로 대한민국이 좌충우돌 하던 사이, 단통법과 데이터 요금제로 시끄럽던 어느 날 제조로서 벤처 신화를 쌓았던 ‘팬택 신화’가 무너졌다.
팬택 운명을 분석하는 일은 우리 모두 몫이다. 기업, 시장, 법과 제도 등 여러 분야에서 벤처신화가 사라진 원인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이어질 벤처 신화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비난보다는 혁신과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팬택 구성원의 삶이다.
언론에 다뤄진 기업 파산은 피상적이고 단편적이다. ‘몇 명이 회사를 나갔다’ 정도로 그친다. 하지만 한 명 한 명에게는 고민 차원이 다르다. 그의 삶과 가족의 삶이 달렸다. 팬택에서 만난 직원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잠이 오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 대학에 간 사람도 있었다.
팬택 사태를 지켜보는 것은 기자에겐 고통이었다. 하지만 희망이기도 했다. 그들은 법정관리가 들어간 회사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을 탓하기보다는 기업을 살리겠다는 열정으로 뭉쳤다. 그것이 취재과정에서 느낀 ‘희망’이었다. 그것은 벤처 1세대 기업이 대한민국에 남긴 교훈이었다.
‘벤처 신화의 좌절’은 또 다른 벤처 신화의 시작점일 수 있다. 고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조립라인에 섰던 그 간절함이라면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힘내라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