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6개월 연속 0%대…디플레이션 우려 여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년만에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됐다.

통계청은 2일 ‘소비자물가동향’ 자료에서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0.5%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0.8%)부터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분(0.58%)을 제외하면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4%를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동안 0%대에 머문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난 1999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1999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를 기록해 9월(0.8%)까지 0%대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소비자물가가 연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이미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유가 하락이 주요 원인인 만큼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품목별 가격 움직임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진입기와 상이한 모습”이라며 가격하락 품목이 광범위 하지 않고, 유류 관련 제품 등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반박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저유가 등 공급측 요인이 5월 물가흐름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19.3%)과 도시가스요금 인하가 5월 물가에 각각 -1.01%포인트, -0.47%포인트 하락 효과를 미쳤다는 설명이다.

품목성질별로는 농축수산물과 서비스가 각각 2.7%, 1.6% 올랐다. 공업제품과 전기·수도·가스는 각각 0.3%, 9% 떨어졌다.

석유류·가스, 농산물 등 공급측 변동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라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2.2% 상승해 5개월 연속 2%대를 보였다. 경제주체의 향후 1년 동안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월과 동일한 2.5%를 유지했다.

기재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자물가에 상방요인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가운데 기저효과가 소멸해 공급측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물경제 개선에 따른 수요측 상방요인도 예상했다. 이란 핵협상과 예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과 여름철 기상재해 등은 변동요인으로 평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기상여건 등 물가 변동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응하고 농축수산물, 교육·통신·주거·의료비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유통구조 개선, 경쟁 촉진 등 구조적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