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서 새로 쓰는 에너지 미래]<상>한전이 구축한 에너지 자립섬 가사도를 가다

지난달 29일 전남 진도 가학항에서 출발한 한전 동력선은 20여분 만에 가사도에 닿았다. 청명하게 활짝 갠 날씨 때문인지 바닷바람이 상쾌했다. 넘치는 햇살은 태양광전지에서 전기를 만들고, 바닷바람은 풍력발전기 날개를 돌렸다.

가사도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설비. 가사도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수급이 가능한 에너지자립섬으로 탈바꿈했다.
가사도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설비. 가사도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수급이 가능한 에너지자립섬으로 탈바꿈했다.

가사도는 육지에서 전기를 끌어오지 않아도 태양광과 풍력으로 300명 가까운 주민이 쓰는 전력을 만든다. 한전이 에너지 자립섬으로 조성한 후 지금까지 전력 중 80%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 사용했다.

가사도 선착장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언덕길을 따라 마이크로그리드 센터로 향했다. 이곳에선 가사도 전체 에너지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조율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인버터 등 시설이 갖춰져 있다. 볕 좋은 기상 때문인지 EMS 모니터에는 태양광 전력 생산량이 눈에 띌 만큼 좋았다.

태양광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순간 전력은 148㎾, 그 시각 가사도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력은 79㎾로 큰 차이를 보였다. 태양광만으로도 가사도 160가구가 쓰고 있는 전력 이상을 생산하고 있었다. 남는 전력은 인버터를 거쳐 ESS에 저장했다. 이미 꽤 많은 전력이 ESS 저장돼, 충전상황은 58.2%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전력은 나중에 밤이 되거나 날씨 조건 좋지 않아 생산전력이 부족할 때 사용하게 된다. ESS 용량은 3㎿로 100% 충전했을 때 가사도 주민들이 하루 동안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전이 이곳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한 데는 도서지역 에너지 공급 목적이 가장 컸지만, 경제적 이유도 있었다. 그동안 디젤발전기를 사용했던 가사도는 연간 7억원 적자가 발생했던 곳이다. 발전단가도 ㎾h당 1100원에 달했다.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후 가사도 발전단가는 ㎾당 1000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유류 절감액도 1억5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초기 구축비용은 디젤발전기에 비해 비싸지만, 별도 연료가 필요 없는 신재생에너지 특성상 운영시기가 길면 길어질수록 경제적 이익은 계속 커질 것이다.

밖으로 나와 풍력발전기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니 때마침 바람이 풀면서 발전기가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사도 풍력발전 4기는 초속 3미터 이상 바람이 불면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각 설비용량은 100㎾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보던 대형 발전기와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졌다. 마이크로그리드 조성 당시 마을주민들이 풍력발전기 소음과 위압감에 우려를 많이 했던 터라, 소리가 나지 않고 아담한 발전기를 선별했다.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으로 한전의 가사도 적자가 단숨에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자규모가 줄었고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한전은 가사도 모델을 다른 섬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울릉도에 태양광과 풍력을 더해 수력과 지열까지 동원하는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착수한다. 전체적으로 87개 도서 지역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사례를 넓히고 수출모델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송일근 전력연구원 마이크로그리드 연구사업단 처장은 “가사도 시범사업 결과, 42억원 수준이면 비슷한 규모 섬에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구축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운영비 절감으로 20년 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고 도서지역 전력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지역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에너지 신산업 핵심으로 ‘에너지 자립섬’ 모델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에너지 자립섬은 육지와 떨어져 전력계통 연결이 어려운 섬 지역에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외부 전력 공급이 없어도, 쓸 만큼 태양광·풍력 등으로 자가발전하는 구조다. 한전은 지난해 10월 전라남도 가사도에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운영해오고 있다.

가사도(전남)=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