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애플도 죽쑤는 사업이 있다. ‘뮤직 비즈니스’다. 한 때는 ‘아이튠스’와 ‘아이팟’으로 전세계 온라인 음악시장을 호령했던 애플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티파이(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와 판도라(인터넷 라디오) 등에 그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그런 애플이 반격에 나섰다고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2003년 애플이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를 열때만 해도, 온라인 음악의 감상은 ‘다운로드’가 주를 이뤘다.
오는 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될 애플의 신규 음악 서비스는 이같은 방식에서 탈피,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다.
경쟁사 대비 뒤늦은 선택이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수억명에 달하는 아이튠스 가입자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등록해 놓고 있는 이른바 ‘진성 회원’이다.
애플은 전세계 다운로드 음악시장의 80~85%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하면, 다운로드 시장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미국 온디맨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86%는 스웨덴 업체인 스포티파이 차지다. 세계시장 점유율 역시 비슷한 규모로 스포티파이가 독식하고 있다.
애플의 새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월 10달러 무제한 정액제다.
월정액과 함께 광고 수익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료 음악감상이 가능한 스포티파이와 달리, 애플은 철저한 ‘유료화’를 표방한다. 따라서 무료곡은 ‘맛보기 감상’ 등 극히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애플은 ‘라디오 서비스’도 강화한다. 다분히 판도라를 겨냥한 포석이다.
무료 서비스와 광고를 혼합한 형식은 판도라와 같다.
하지만 애플은 프로그램 진행자(DJ)를 두는 방식을 택했다. 곡 해설과 청취자 사연 소개 등 라디오 특유의 아날로그 향수를 그대로 살려, 판도라와 차별화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콘텐츠’다. 후발주자로서 선행 경쟁사를 원천 제압하기 위해서는 압도적 음원 확보가 필수다.
애플은 현재 유니버셜 뮤직을 비롯해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세계 3대 메이저 레이블 모두와 막판 협상을 동시 진행중이다.
지금까지는 양측간 대화가 순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발자회의 직전 어느 한 레이블과의 협상이라도 결렬될 경우, 다음주로 예정된 애플의 공식 발표는 무기 연기된다.
관건은 ‘로열티’다. 다운로드(소유) 방식에서 스트리밍(공유)으로 전환시, 음원료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양 진영간 줄다리기가 막판까지 팽팽한 이유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