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최근 연례행사인 ‘서울 디지털 포럼(SDF)’을 개최했다.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세션은 ‘방송산업의 미래’였다.
다양한 미디어 전문가가 수개월에 걸쳐 각 미디어 업계가 디지털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방송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수준 높은 강연도 이어졌다.
지난 1990년대 인터넷과 2000년대 아이폰이 촉발한 ‘미디어 혁명’은 전통적 미디어 산업 체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새롭게 성장한 사업 분야가 있는 반면에 여전히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있다. 각 강연자는 방송 시청형태 변화를 시작으로 신문, 음악, 만화, 게임 사례를 소개했다. 미디어 분야 강연은 때로는 반성을, 때로는 비전을 보여줬다.
음악·만화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사업자가 기존 체제에서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흥미를 끌었다. 과거 아날로그 시장에서 성공을 일군 레코드 사업자는 현재 대부분 몰락했다. 하지만 통신사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전체 음악시장 규모는 확대됐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큰 인기를 얻었던 만화 잡지가 대부분 사라졌다. 이 자리에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웹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신문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대처하지 못한 탓에 많은 신문사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부가적 수혜는 대부분 포털 사이트 사업자가 가져가는 상황이다.
방송시장은 현재 디지털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특히 미국은 OTT(Over The Top) 사업자가 등장해 기존 방송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자 넷플릭스는 4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하며 독보적 1위 자리에 올랐다. 900만명을 가입자로 보유한 훌루는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규 방송 사업자가 급성장하면서 기존 플랫폼 사업자는 N스크린 서비스 기반 ‘TV 에브리웨어’와 소규모 패키지 상품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쏟아냈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채널 ‘HBO’도 ‘HBO Now’를 출시하며 OTT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방송시장은 OTT 사업자가 자생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OTT 시장이 각광을 받는 것은 기존 유료방송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료방송 요금이 지나치게 싼 것은 물론이고 통신 사업자가 OTT를 무상으로 제공해 데이터 소비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수익구조가 취약한 방송이 고수익 사업 구조 중심인 통신에 발목을 잡히면서 자체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국내 방송산업이 체계적 위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 구조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 위험이 발생한 원인이다. 실제로 제대로 수익을 내고 있는 방송 사업자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제작비 증가를 이유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더 많은 콘텐츠 대가를 요구한다. 실상은 플랫폼 사업자 수익구조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방송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신의 ‘끼워 팔기’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산업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 가까운 미래, 방송은 성공한 산업 사례로 소개될 것인가, 실패 사례로 언급될 것인가. 방송에 몸담고 있는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김대규 현대HCN 정책연구원 clikc78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