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저서 ‘경험경제학으로의 초대(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에서 경제 활동 중심이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했듯, 지금의 경제는 체험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커피원두로 경험경제를 설명했다. 생산과 수확을 기준으로 커피 가격을 책정하면 한 잔에 2센트지만, 제조회사가 원두를 빻아 식품가게에 팔면 한 잔 가격은 5~25센트가 된다는 것. 이를 커피전문점에서 1달러 판다고 했다.
소비자에게 뚜렷한 가치범주인 상품, 제품, 서비스 중 서비스를 포함한 것이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이 이론은 장 보드리야르 소비이론과 연결된다. 그는 소비이론은 상품의 물질적 기능보다 무형 가치를 소비하는 ‘기호가치’ 소비 메커니즘을 주장했다. 경험경제 이론은 물질중심에서 무형중심,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예상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2010년 국내 국내총생산(GDP) 중 서비스산업 비중이 58%를 넘어섰다. 서비스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타이어 회사는 TV 광고에서 타이어 이야기가 아닌 자동차 종합 진단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운동화 제조회사는 운동화 대신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광고한다. 복사기 제조회사는 문서관리서비스를 강조한다. 경험 중심 경제활동은 과거와 달리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디자인 분야도 서비스디자인이 관심을 받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무형의 경험을 시각화해 유형의 요소로 만들어주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야구경기 후 펼쳐지는 불꽃놀이쇼, 기차역에서 호텔까지 짐을 대신 가져다주는 서비스, 쇼핑몰에서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에게 워킹화를 빌려주는 서비스 등이 우리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디자인 결과물이다.
국내 서비스디자인은 과거 KTF에서 도입, 2008년 ‘서비스디자인 시대’라는 도서가 출간되면서부터다. 특히 2009년은 국내 서비스디자인 발전의 원동력이 된 해다. 그해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는 서비스디자인 전공 첫 석사학위가 나왔다. 동서대학교 대학원은 국내 최초로 서비스디자인학과를 신설했다.
국내 서비스디자인 특징은 사적영역 서비스디자인과 공적영역 서비스디자인이 같이 성장하고 있다. 2010년부터 정부지원으로 서비스디자인 관련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2014년에는 서비스디자인을 포함한 산업디자인진흥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현재는 정부 3.0 정책기획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협력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도 서비스디자인항목이 새로 생겼다. 서비스디자인을 법과 제도를 기초로 국가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그만큼 정부가 서비스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본격적인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 국내 서비스디자인영역을 확장시켰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최근 서비스디자인팀을 신설하고, 달서구청 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현재는 서구청에 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 대구 명물인 김광석거리, 근대거리 등에 서비스디자인을 접목하려고 준비 중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이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공공영역 서비스디자인은 그동안 시민들이 참아왔던 공공 서비스 개선을 넘어 시민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는 새마을운동과 같은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이자 정책으로 더욱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김승찬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원장 kimsc@dgd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