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정보기술(IT)기업이 전력 소비량이 많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용에는 소극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울사무소에서 간담회를 갖고 네이버, SK C&C, KT, LG CNS, LG유플러스, 삼성SDS, 다음카카오 7개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을 공개했다. 그 결과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7개 기업 중 SK C&C와 KT, 네이버 3개 기업만이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을 공개한 가운데 SK C&C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럼에도 비중은 1%에 불과했다. KT는 0.44%, 네이버는 0.006%로 미미했다. SK C&C와 네이버는 태양광을, KT는 지열·태양광·연료전지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LG CNS, LG유플러스, 삼성SDS, 다음카카오는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재생에너지 도입 계획 등을 평가한 항목에서도 다수 기업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네이버가 춘천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운영하겠다고 그린피스에 약속해 최고 점수인 A를 받았다. 다른 기업은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공개하지 않아 D 또는 F를 받았다.
그린피스 측은 “지난 5월 두 차례 면담을 통해 네이버가 춘천 데이터센터 ‘각’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로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보다 빠른 반응”이라고 전했다. 다만 네이버는 구체적 시기와 방법 등은 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세계 IT기업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2011년 기준 시간당 6840억㎾에 달한다. 국내 데이터센터 소모 전력은 2013년 기준 시간당 약 26㎾다. 26㎾는 100만 가구가 한해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이 많지만 대부분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한다. 풍력·태양열·지열 등 친환경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린피스 주장이다.
개리 쿡 그린피스 IT분야 선임분석가는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빠른 한국은 인터넷 이용률도 10년째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높다”며 “이렇게 인터넷이 활성화한 데다 첨단기술까지 갖춘 한국 재생에너지 활용은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유명 IT기업이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현실화한다”며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그린피스의 한국 IT기업 재생에너지 사용조사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