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7차 전력계획에 명운 걸린 민간발전-“발전소 추가 안돼”vs“여러 요인 검토해야”

[이슈분석]7차 전력계획에 명운 걸린 민간발전-“발전소 추가 안돼”vs“여러 요인 검토해야”

정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민간발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전력 예비율 상승에 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까지 잡히면 사실상 ‘사업성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6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돼 건설 중이거나 추진하는 발전소만으로도 전력예비율이 20%를 웃도는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7차 수급계획에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이 담기면 업계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는 아직 7차 밑그림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예비율 상승으로 인한 민간업계 수익감소를 수요예측 실패로 진단하면서 업계 요구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업계 “신규 발전소 세우면 LNG발전소는 고사”

발전업계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발전설비를 아예 도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전력예비율이 높아지면서 발전소를 돌려도 원료비를 보전받기 힘들다.

전력예비율은 공급 가능한 발전용량과 실제 수요량 간 비율이다. 예비율이 높으면 전력 공급 여력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전력 운영 차원에서는 안정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업계는 가동수익률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석탄, 원자력 등 발전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발전소에 급전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전력을 생산해도 잘 사주지 않는다.

전력예비율은 계속 상승세다. 지난 2010년 9·15 순환정전 이후 정부가 전력 공급 확충에 주력한 결과다. 2013년과 지난해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 최근 두 자릿수까지 올랐다. 올해 1월 16%를 기록한 뒤 4월에는 20%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4년 4월부터 1년 동안 공급능력은 8.4GW 늘었지만 최대 전력소비량은 2.8GW밖에 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7차 전력수급계획에 신규 발전소 건설까지 허용하면 예비율은 더욱 높아져 전력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 LNG발전소는 전력 생산 시장성을 상실하게 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7차 계획에 신규 전원이 크게 늘어나면 민간업계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임에도 신규 발전소 건설계획을 잡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은 지금 그만큼 (시장 상황이) 위중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노영민 의원도 지난 4월 자신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전력 공급과잉이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앞으로 17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발전설비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와 업계, 시각차 뚜렷

일반인 시각에서는 민간발전업계가 신규 발전 진입을 반대하는 것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민간 발전사는 발전소 증설 기회가 주어지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증설을 허락해도 실적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발전사 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력계통가격(SMP)이 계속 떨어지고 예비율이 줄곧 상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력시장 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올해 4월 평균 SMP는 ㎾h당 103.3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1.3%(150.51원)나 급락했다. 지금도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LNG발전 규모를 늘려봐야 손해만 커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전력 수요가 발생해 급전 지시가 내려오면 석탄, 원자력 등 기저 발전원에서 생산한 전력을 우선 소비한다. 최근 기저발전 비중이 커지면서 발전단가가 높은 LNG발전소는 가동 기회마저 잡기 힘들다.

발전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일제히 줄었다. 국내 1~3위 민간발전사는 지난해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민간발전업계 1위인 포스코에너지는 단독 기준 지난해 매출 2조5337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7%, 56.1%나 줄었다. 2위 기업인 GS EPS도 지난해 매출 1조2090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8%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순이익은 56.2%나 줄었다.

SK E&S는 지난해(도시가스 자회사 실적 제외) 별도 기준으로 매출액 8386억원, 영업이익 30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2.2%, 16.7% 감소했다. 전체 매출 80%가량을 차지하는 도시가스 부문 실적은 지난해와 유사했다. 발전사업 이익 감소가 상대적으로 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LNG 발전소 가동률과 SMP 하락은 수요를 크게 웃도는 전력공급량과 저가 발전원만 우대하는 정부 정책이 빚어낸 필연적 현상”이라며 “7차 계획에서도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민간 발전소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NG발전소 경영난이 전력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인 숭실대 교수는 “LNG발전소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송전선로를 늘려야 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LNG 발전은 도심 등 수요지 근처에 건설돼, 주민 반대가 심한 송전설비 건설을 줄이는 장점이 크다”며 “정부가 경제성에 치중해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우대했는데 7차 계획에서도 기저발전소 도입을 확대하면 전력 시장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전력 사용 트렌드가 일시적인지, 고착화된 것인지 아직 논란이 있고 파악하기 힘든 점도 있다”며 “단기간 정책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앞으로 더 큰 혼란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7차 전력계획을 수립할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최적 믹스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표/2013년 1월 ~ 2015년 4월 공급예비율

자료:전력거래소

표/월별 SMP 현황

자료:전력거래소

[에너지원별 발전량]

(단위 : GWh)

자료:한전, 전력통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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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