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중심 요금제 도입 후 남는 데이터 용량을 소비자끼리 사고파는 신종 거래가 등장했다. 기가바이트(GB)당 최고 4000원에 거래한다. 남는 사람은 ‘공돈’을 벌어서 좋고 산 사람은 통신비를 아낄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데이터 거래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국내 대표 중고거래사이트인 A 중고장터에는 이동통신 데이터를 사고파는 글이 등장했다. 3일 하루에만 300여건이 등록됐다. 한 달이 시작되는 월 초 거래가 몰리는 점을 감안해도 적지 않은 양이다. 5월 3일과 비교하면 130여건이 늘었다.
데이터 거래는 대부분 SK텔레콤 가입자 사이에 이뤄진다. 회사가 ‘데이터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이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지난달 19일 ‘밴드 데이터 요금제’ 출시 후 선물하기가 주목받는다.
선물하기는 SK텔레콤 가입자 간 데이터를 양도할 수 있는 기능이다. 2013년 도입했다.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데이터를 넘겨줄 수 있다. 1회 1GB, 월 2GB까지 선물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통신비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밴드 데이터 요금제에서 데이터 2GB를 사용하려면 4만2000원을 내야 하지만 선물하기로 데이터를 구입하면 3만6000원에 해결된다. 6000원을 절약한다.
밴드 데이터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1GB 가격이 6000원꼴이지만 선물하기에서는 3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반값이다.
이 사실을 안 사람이 몰리면서 데이터는 그야말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한 판매자는 “데이터를 팔겠다는 글을 올리자마자 순식간에 문자가 열여섯 통이나 날아왔다”며 “일일이 답을 못해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가격도 오른다. 지금까지는 2GB당 6000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7000~8000원까지 상한선이 올랐다.
상대적으로 남는 데이터를 보유한 사람이 줄어든 점도 가격상승을 부추긴다. 통화량이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요금제를 사용하던 사람이 무제한인 데이터 요금제로 이동하면서 남는 데이터 용량이 줄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으로 고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감소했다. 결국 데이터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데이터 선물하기 기능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19세 미만은 선물 받기만 가능해 청소년 문제소지도 없앴다. SK텔레콤은 자칫 거래가 과열돼 제도가 축소되거나 폐지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약관상 데이터 금전거래를 금지하고 있다”며 “남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좋은 도입취지가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