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리·정비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능상 중고품과 거의 차이가 없는 부품도 ‘정품’이란 포장에 싸면 서너 배 비싸지고, 차주는 보험을 활용해 비싼 가격을 감내한다.
자동차부품·정비시장에 중고·재제조 부품 유통이 변화를 몰고 왔다. 중소기업이 만든 자동차 중고부품 온라인장터에 거래 회원사가 몰리고, 거래대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생활품목과 주요 소비제품이 온라인·모바일 장터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오프라인 정비·수리소 중심의 유통에는 단계별 마진과 왜곡된 가격이 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르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도 이런 불합리를 알고 자동차 중고·재제조 부품 유통확대와 가격합리화를 벌써부터 꾀해왔다. 정책적인 의도도 일부 작용했지만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정부 고민까지 풀어준 셈이다.
자동차 중고·재제조 부품 거래 활성화는 이전 시장에 끼어 있던 거품을 걷어내고, 소비자 불만을 줄여줄 것이 자명하다. 온라인·모바일 유통채널을 더 다각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만,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되는 이동수단인 만큼, 안전과 부품 검증은 필수 장치다. 거래나 유통은 다양화하되 중고·재제조 부품 안전 검증은 더 꼼꼼해져야 하는 이유다. 유통사업자가 많아질수록 안전검증은 더 철저해야 한다.
자동차 관련 견적 애플리케이션 등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이 만개하고 있다. 자동차 중고·재제조 부품 거래도 여러 가지 파생 시장과 소비구조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거품에 싸여 있던 자동차 정비·수리시장에 서비스와 품질 경쟁이 불붙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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